여권 실세 정치인이 미는 인사가 신임 사장이 유력하다는 의혹으로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는 대우건설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 반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정을 앞당겨 선임 절차를 마치려던 인선기구가 다시 일정을 늦춘 데 따른 안팎의 관측이다.
낙하산 의혹으로 여론 시선이 뜨거워지자 정치권 영향을 받는 국책은행인 사실상 대주주 KDB산업은행의 인선 부담이 커졌는데, 이는 결국 낙하산 의혹을 받는 인사 측 판세가 불리해진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20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 사장추천위원회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차기 사장 최종 후보를 선정하려 했지만 사추위원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회사 내부 공모와 내외부 재공모 절차를 통해 지원을 받아 지금까지 선정된 차기 사장 2배수 후보에는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플랜트사업총괄 부사장이 올라 있다.
대우건설 측은 "위원들간 의견 조율이 안돼 결론을 못 내리고 조만간 사추위를 다시 개최하기로 했다"며 "다만 향후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사추위는 이 회사 사외이사인 권순직 전 동아일보 편집부국장, 박간 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 지홍기 전 영남대 대외협력부총장과 산업은행 측 전영삼 부행장, 오진교 사모펀드2실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원들이 대우건설 신임사장 낙하산 인사 결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이명근기자 qwe123@ |
산업은행과 사추위는 당초 21일 두 후보의 사업계획 프레젠테이션과 최종 면접을 거쳐 사장 후보를 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돌연 회의를 하루 앞당기고 프레젠테이션과 최종 면접 없이 후보자를 정하는 것으로 일정이 변경 됐다.
이를 두고 산업은행이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을 하루라도 빨리 불식시키기 위해 일정을 앞당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일정을 재촉해 개최한 회의에서 최종 결정이 유보되자 '여권 실세 - 국책은행'으로 이어지는 특정 인사 사장 밀어주기가 대우건설 안팎에서 형성된 반발 여론의 장벽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대우건설 노조는 외부 출신인 박 전 사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자진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박 전 사장은 여권 실세인 모 의원과 넓은 범주에서의 학연이 연결 돼있어 이를 바탕으로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사추위가 의혹이 채 풀리지 않은 외부 인사를 최종 추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내부 인사를 추천하는 위원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게 됐을 것"이라며 "사장이 누구로 결정되든 파행을 거듭한 인선 과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시급한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