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민(사진) 신임 대우건설 사장이 '낙하산' 논란을 딛고 취임했다. '대우맨'이 아닌 외부 출신 최초의 수장이다. 두 배경 때문에 대우건설 내부의 반발도 거셌다.
어렵게 닻을 올리긴 했지만 대우건설 박창민 호(號)의 쉽지 않은 항해는 이제 시작이다. 다수가 예상하는 '난항'을 기대 이상의 '순항'으로 바꿔내는 게 새 선장이 받아 든 숙제다.
◇ 대우건설 '박창민 호' 출항
대우건설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현대산업개발 사장 출신인 박창민 사장 내정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총 4억1000만주 중 80.07%인 3억2009만주가 참석해 100% 찬성으로 안건이 가결됐다.
이날 회사로 출근한 박창민 사장은 이사회 참석을 거쳐 오후 2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박 사장은 내정자 신분이었던 전날에도 업무 파악을 위해 회사에 나왔다. 공식 출근 첫날 일정은 자신의 취임을 반대해왔던 노동조합과의 간담회, 본부장 등 임원 상견례 등이다.
박 사장은 지난 1979년 현대산업개발 평사원으로 시작해 같은 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오른 '현대맨'이다. 한국주택협회장까지 지내는 등 주택 건축과 영업분야에서만큼은 업계 최고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선임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차례의 의외성이 의혹을 불러왔다. 외부에서 사장이 온 적 없는 대우건설의 사장 공모가 외부 인사로까지 넓혀진 것, 후보를 추리는 과정에서 박 사장이 진작에 낙점 됐다는 소문 등이 낙하산 논란을 촉발했다.
◇ 낙하산 꼬리표 떼내려면
국내 건설업계 3위 대우건설을 이끌게 된 박 사장에게 가장 우선으로 꼽히는 선결과제는 내부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사장 선임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고 보고 현재 선임 절차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요구하는 청원서에 임직원 서명을 받고 있다.
이는 박 사장에 거부감을 느끼는 대우건설 내부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옛 대우그룹 시절부터 순혈주의가 강한 대우건설이란 조직을 어떻게 장악하고 임직원 간 화합을 이끌어내느냐가 그의 첫 숙제인 셈이다.
박 사장은 취임 후 당장 조직 개편이나 대대적인 인사를 할 의향은 갖고 있지 않다는 게 대우건설 관계자의 전언이다. 통상 이 회사 정기인사가 있는 12월초까지는 조직 파악과 내부 분위기 추스리기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낙하산이라는 꼬리표를 떼내기 위해 그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주가를 높이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그를 선임한 가장 큰 명분도 주가를 높일 적임자라는 것이었다.
산은은 펀드를 통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를 2018년까지 팔기로 한 상태다. 2011년 산은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주가는 1만5000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6000원대 초반이다. 대주주가 손실을 보지 않게 하려면 박 사장은 현재의 3배 가까이로 주가를 높여야 한다.
과거 주가 부양에 성공한 이력은 합격점이었다. 박 사장이 현대산업개발 사장으로 취임할 즈음 이 회사 주가는 1만6000원대였는데 퇴임께엔 3만원까지 높아졌다. 다만 당시 주가 상승은 주택경기 호조라는 외부 변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도 있다.
| ▲ 23일 서울 신문로 대우건설 사옥 앞에 박창민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주장을 담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윤도진 기자 spoon504@ |
◇ 임기 3년 다 채우려면
해외건설에 대한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도 박 사장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이는 그가 대우건설을 이끌 적임자가 될 수 없다는 반대논리 중 하나이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올 상반기 국내에서 3조5169억원, 해외에서 2조2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36.6%다.
대우건설은 박 사장이 강점을 가진 국내 주택사업에서는 이미 호실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저유가와 경기 침체로 어려운 여건에 있는 해외사업은 아직 부실을 수습하는 과정에 있다. 수주 등 해외사업 강화 역량은 사장 후보 지원 자격으로도 꼽혔다.
그런 만큼 박 사장이 대우건설 내부의 해외 전문성을 가진 인적자원을 활용해 업무를 파악하고 성과를 끌어내는 것이 절실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내 주택경기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 주가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적을 개선해야 주어진 임기 3년을 무난히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치권 낙하산이라면 현 정권이 끝나는 시점에 박 사장도 물러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1년반만 버티자"는 말이 들린다.
건설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여러 논란 속에서 커진 대우건설 내부의 반감을 신선한 자극으로 바꿔내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에서까지 개선된 실적을 내는 것이 박 사장에게 주어진 미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