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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사라진 대우건설 매각 꽃길 걸을까

  • 2017.08.16(수) 14:25

현산 출신 박창민 사장 낙하산 논란 끝 사임
부실 털었지만 '몸집 불린 주택사업' 매각에 변수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이 취임 1년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대우건설 창사 이래 처음 외부에서 온 최고경영자(CEO)였다. 선임 전부터 '최순실 낙하산' 논란이 거셌지만 이를 딛고 취임하는 데까진 성공했다. 애초부터 난항이 예상되긴 했다. 하지만 그는 우려를 '기대 이상의 순항'으로 바꾸는 데는 결국 실패하고 '전(前) 사장'이 됐다.

 

뜻밖의 수장 공백 사태가 닥쳤지만 안팎에서는 오히려 'CEO 리스크'가 없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달로 다가온 매각작업 본격화를 앞두고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꼬리표를 떼고 회사 자체 경쟁력만으로 인수합병(M&A)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 1년 사이 변화가 기업가치 평가에 긍정적일지는 두고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다.

 

◇ 박창민號 1년 대우건설 = '현산化'

 

 

짧은 기간이었지만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대우건설이 지나치게 '현대산업개발'처럼 변했다는 얘기가 핵심이다. 30년 현대산업개발 출신인 박 사장이 오기 전 대우건설은 연간 해외 매출 비중이 30~40%에 달했다. 해외 매출 비중은 작년 상반기 36.5%(2조349억원)였지만 올해는 24.3%(1조3985억원)에 그칠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반대로 주택사업 몸집은 크게 불었다. 작년 상반기 29.3%(1조6373억원)에서 올 상반기 36.1%(2조791억원)로 커졌다. 저유가와 국내 주택경기 호조라는 외부 변수도 배경이지만 박 사장 본인의 경험이 많은 국내 주택사업에 힘을 실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과천 주공1단지 재건축 같은 정비사업 수주에도 직접 간여했다는 말을 낳을 정도록 적극적이었다.

 

조직의 인적 구성에도 주택사업에 힘을 싣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지난 6월말 기준 대우건설 전체 임직원수(기간제 포함)는 총 5990명으로 1년전 6310명에서 5.1%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주택사업본부 인원은 1244명에서 1417명으로 13.9% 늘었다. 직원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주택사업에는 인원을 더 투입했다는 얘기다.

 

박 사장은 작년 말 기존 14개 본부 118팀의 조직을 11개본부 101팀으로 재편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대외적으로는 '본부조직 슬림화 및 해외영업 강화'가 목표였지만 결과는 주택사업 강화로 나타난 셈이다. 올 초 대우건설은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를 표방한 변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 '내달 임박' 매각에 미칠 영향은

  

 

산업은행은 내달 말 대우건설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8일 대우건설 매각주간사 후보로 BOA메릴린치와 미래에셋대우, 회계자문사 후보로 한영회계법인, 법무자문사 후보로 법무법인 세종을 각각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산업은행은 케이디비밸류제육호 사모투자전문회사를 통해 대우건설 보통주 2억1100만주(50.75%)를 간접 보유한 사실상 최대주주다.

 

박 전 사장이 3년 임기중 3분의 1만 채우고 조기 사임한 것이 회사 매각에는 오히려 호재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우건설 측도 지난 14일 "선임절차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일각에서 사임과 대우건설의 매각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등 'CEO 리스크'로 인해 진행 중인 매각작업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자진사임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말 해외 잠재부실을 모두 반영한 회계이슈를 마무리 짓고 올해는 상반기 4669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올해 1조원 영업이익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호실적을 내고 있지만 최근 주가는 7000원대에서 횡보중이다. 2011년 산은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주가는 1만5000원 수준이었던 걸 감안하면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시장가를 주당 1만원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관건으로 여겨진다.

 

인수전에는 해외를 중심으로 복수의 인수희망자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오일머니'의 본산인 아람코가 산업은행 등을 통해 수차례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변화는 매각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중동과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지역 등을 아우르는 특유의 네트워크와 다양한 공종에서의 영업력이 강점이지만 최근 국내 주택사업 집중도가 지나치게 커졌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건축, 플랜트, 토목 등 다방면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건설사지만 최근 들어 주택사업 치우침이 커진 것이 눈에 보일 정도"라며 "주택경기가 위축되면 지난 1년새 공격적으로 수주한 주택사업들이 원매자 실사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작년보다 한 계단 올라서 삼성물산, 현대건설에 이은 국내 3위 건설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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