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투명성 논란을 빚었던 대우건설이 7700억원에 육박하는 분기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3분기 재무제표가 부실하게 작성됐다는 이유로 회계법인으로부터 '검토의견 거절'을 받은 뒤 잠재부실을 모조리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야말로 '묵은 때를 박박 민' 듯한 '빅 배스(Big Bath, 잠재부실 손실인식)'다.
대우건설을 별도재무제표 기준 작년 영업손실이 503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누적 영업이익이 2662억원이었지만 4분기에만 7693억원의 영업손실을 반영한 결과다. 연간 매출은 10조9857억원, 순손실은 7944억원이었다. 4분기에 나타난 순손실이 8499억원이었다.
▲ 대우건설 서울 신문로 사옥(사진: 대우건설) |
대우건설의 급격한 실적 악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다. 3분기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이 회계법인으로부터 의심을 받은 뒤 최대한 보수적인 기준으로 연간 실적을 마무리 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수주산업 회계기준에 따른 엄격한 기준으로 준공예정원가를 추정해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우디 자잔 정유터미널 플랜트 현장과 알제리 RDPP 복합화력발전 현장의 손실반영이 컸다. 사우디 자잔의 경우 발주처의 사업부지 인도지연과 설계변경 요청에 따른 공기 연장과 비용 증가가 있었다. 전체 공사기간 준공예정원가를 외부기관에 검토받아 여기서만 4500억원 규모의 잠재손실을 모두 반영했다. 알제리 RDPP에서도 부지 인도지연 등으로 인한 1100억원 규모의 잠재손실을 인식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실적집계는 신뢰할 수 있고, 측정가능 한 금액에 대해서만 도급증액에 반영한다는 기준을 따랐다"며 "현재 진행 중이거나 서류상 확정되지 않은 클레임, 체인지오더(발주처의 변경계약) 금액 등은 실적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현장의 클레임 환입이 이뤄지면 대규모 수익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잔 현장에서 공동사와 함께 진행중인 클레임 규모는 6000억원, RDPP 현장의 클레임 규모는 1500억원 수준이라는 게 대우건설 설명이다.
논란이 되고있는 해외 미청구공사 규모는 2015년말 9045억원에서 2016년말 5414억원으로 줄였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3분기 이후 지정 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과 함께 해외현장 실사를 진행했으며 새로운 기준에 따른 잠재손실을 모두 반영해 회계 관련 불확실성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 단위: 10억원, 자료: 대우건설 |
다만 이 같은 손실 반영에도 유동성 위기는 없을 것이란 게 대우건설 설명이다. 작년말 기준 영업현금흐름은 플러스(+) 2401억원, 현금성 자산은 7492억원이다. 이에 더해 올해 2000억원 규모의 베이징(北京) 캠핀스키 호텔 지분, 파가니카 CC 등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울산 에쓰오일(S-Oil) 잔사유 고도화 프로젝트에서도 추가로 2000억원을 조달하는 등 1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신규수주는 9조7972억원으로 재작년보다 25.1% 감소했다. 국내분이 8조2027억원, 해외분이 1조5945억원이었다.
대우건설은 올해 경영 목표를 매출 11조4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으로 잡았다. 손실 우려가 있는 부분을 모두 씻어낸 만큼 수익성 좋은 국내 사업을 중심으로 이익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부문도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프로젝트 등의 매출이 본격화한다는 것에 기대를 품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영업이익 목표에는 약 8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해외 클레임 중 환입되는 부분과 설계변경으로 인한 미확정분을 포함하지 않았다"며 "실제 성과는 목표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식시장에서 대우건설은 실적 발표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50분 현재 전일 종가 대비 8.6% 급등한 5810원에 거래되고 있다.
▲ 자료: 대우건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