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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사철에 임대주택 푼다고 주거안정?

  • 2017.02.24(금) 10:10

이사철 수요와 공공임대, 입주시기·수요층'괴리'
전세임대 확대·조기공급도 실행 가능성 '의문'

정부가 경제부처 합동으로 내수 위축 보완을 위한 소비·민생 개선대책을 내놨다. 수출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국내에서 소비 심리가 움츠러들고 또 고용 둔화 등으로 내수 부진이 지속돼 경기 회복세를 억누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도 거들고 나섰다. 재계약 때마다 수 천만원이 뛰는 전셋값 상승세, 점점 늘어나는 월세비용 증가를 막아 주택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주거비 부담을 경감해 이를 가계 소비 진작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돕자는 게 국토부 구상이다.

 

가장 먼저 앞세운 것이 올해 선보이기로 예정된 공공임대주택을 봄·가을 이사철에 집중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안이다. 정부가 올해 공급한다는 공공임대주택은 총 12만가구인데 이중 50% 넘는 6만가구 이상을 3~4월과 8~10월에 집중적으로 푼다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작년에는 40% 정도의 물량을 이사철에 공급토록 배치했는데 그 비율을 10%포인트 가량 늘렸다"며 "이사 성수기 전월세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말은 그럴싸하다.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공급을 풀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럴까? 이사철 수요는 2~3개월 내 당장 입주해 살 집을 구하는 것이다. 반면 입주자를 모집하는 공공임대 주택은 종류에 따라 최소 6개월, 길면 1~2년 뒤에야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사철에 임대 공급을 집중시킨다고 해서 당장 수급이 꼬이는 것을 막아낼 수 없다는 얘기다. 최근 전세시장 불안을 유발하는 주택 임차 수요도 공공임대 입주 수요와는 차이가 크다. 지난 1~2년은 비교적 이사철 전세난이 덜했지만 그 직전까지 전세시장의 불안은 소득수준 중위 이상 계층의 이사 수요가 배경이 됐다.

 

주택경기가 불투명해 주택 구매력이 있지만 집 살 시기를 늦추고 전세에 눌러앉겠다는 판단이 수요 측면에서의 전세난 원인이었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대안도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였다. 그런데 수요층도 다른 공공임대 주택을 이사철에 풀어 주거비를 경감시키겠다니, 당국의 논리를 납득하기 어렵다.

 

헛웃음까지 자아내는 내용도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전세임대주택을 늘리고, 또 조기에 입주자를 모집해 임차 가구의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안이다. 국토부는 지난해보다 7000가구 늘린 3만4000가구의 입주자를 모집하고 확대 물량은 내달부터 조기 공급하겠다고 한다.

 

▲ 자료: 한국토지주택공사

 

그런데 이는 전세임대를 모르는 이들을 현혹하는 말장난과 다름없다. 전세임대는 세입자가 본인이 살고자 하는 일정 규모의 집을 직접 물색해 이 주택에 LH가 전세를 내고, 세입자는 LH에 시중 월세보다 적은 이자만 내고 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수요자가 직접 움직여야하는 전세임대를, 특히 확대키로한 물량을 조기 공급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특히 전세임대는 집주인들이 다소 꺼리는 임대차 제도이기도 하다. LH를 끼고 있기 때문에 임대소득이 노출되기 쉽고, 또 입주자도 정부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이어서 관리가 어렵다는 인식이 있어서다. 오히려 전세임대 공급을 원활하게 하려면 집주인들에게 유인책을 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일 테다.

 

국정 혼란시기이다 보니 각 부처 공무원들이 일을 허투루 한다는 지적이 이곳저곳에서 나온다. 이런 때라고 해서 평가만 잘 받기 위한, 일시적인 여론 환심만 사기 위한 '립서비스'성 정책을 내놓는다면 곤란하다.

 

정치적 변수도 널려있는 데다 대내외 거시경제 환경까지 불안한 상황이다. 주택시장은 한번 삐끗하면 심각한 혼란이 온다는 그 동안의 경험을 당국자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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