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 대책 후 쏟아져 나오는 아파트 및 오피스텔 신규분양 물량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5일 하루 1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수도권 6개 단지에 몰린 신청 건수만 4만4321건이다. 세종과 인천 송도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물량에서 나온 청약 건수까지 합치면 하루 11만4091건이나 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정부가 주택시장안정화 방안을 내놓은 뒤 전반적인 청약경쟁률은 다소 낮아졌지만 수요층은 여전히 투자기회가 남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이번 분양 단지들의 입지가 워낙 좋기도 했지만 아직 '돈 될 곳은 남아 있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분양가 더 높아지기 전에…"
청약 과열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새 아파트를 마련하는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조바심이 꼽힌다. 향후 분양하는 아파트의 가격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규제 강화로 자칫 주택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에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청약을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건설이 경기도 성남 분당구 백현동 판교신도시에 짓는 '판교 더샵 퍼스트파크'는 1순위 84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1만1437명이 청약해 평균 1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A가 42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공급면적 기준 3.3㎡당 분양가가 평균 2376만원으로 인근 서판교 단지에 비해 100만~200만원 높게 책정됐다. 또 성남이 작년 11.3대책 때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돼 전매제한 등 규제도 받는다. 하지만 판교 분양 마지막 단지라는 점이 부각되며 지역내 청약 수요를 이끌었다.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5단지를 재건축해 짓는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도 평균 23.6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이 단지도 강동 지역에 앞으로 공급될 아파트의 분양가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수요자들을 끌어모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효성이 서울 용산국제빌딩4구역에서 짓는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는 3.3㎡당 평균 3630만원의 높은 분양가에도 3.16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모집을 마감했다. 이 사업 분양 관계자는 "이후 용산공원 주변서 나올 아파트는 분양가가 더 높을 것이란 예상이 고급주택 수요자들을 모았다"고 말했다.
◇ 규제 덜한 물량엔 '풍선효과'
지난 5일 1순위 청약신청을 받은 단지 중 경기도 구리 'e편한세상 구리 수택'과 인천 서구 '청라 호수공원 한신더휴'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었다. 이 두 단지는 전매제한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이 대책 후 투자수요를 유인했다는 평가다.
e편한세상 구리수택은 기타지역을 포함한 평균 경쟁률 10대 1, 최고 경쟁률 20대 1(전용면적 59A㎡)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됐다. 다만 실제 청약경쟁이 이뤄지는 당해지역(구리)만 따질 경우 청약자수는 2381명, 경쟁률은 4.2대 1이다. 타지역 청약 수요가 절반 이상이었던 셈이다.
▲ e편한세상 구리수택 견본주택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사진 대림산업) |
청라 호수공원 한신더휴 결과도 비슷하다. 718가구 모집에 1만315건의 청약 신청이 이뤄져 14.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이 중 2821건은 기타지역 청약자였다. 가장 높은 61대 1의 경쟁률도 기타지역 대상 물량(84㎡A)에서 나왔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주택 교체나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도 있지만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영향으로 여기서 빠진 구리나 인천 청라 등에는 분양권 전매를 통한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꽤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 대상이 아닌 오피스텔에도 청약자가 대거 몰렸다. 포스코건설이 4~5일 이틀간 청약을 받은 인천 랜드마크시티 센트럴 더샵 오피스텔은 1242실 공급에 총 4만5516건이 접수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이 5일 모집한 '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오피스텔의 경우 64실 공급에 2만4244건이 접수됐다.
◇ "소급은 없다..추가규제 피하자"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이 여전히 주택가격 '우상향'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는 것이 분양시장 열기 지속의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집값이 떨어질 곳은 떨어지겠지만 유망한 단지나 지역을 고르는 눈만 갖추면 실거주 용도로도, 또 투자차익 목적으로도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5일 분양한 단지들은 우연치 않게 수도권 등에서 입지가 뛰어난 곳이 집중되기도 했지만, 3일 입주자모집공고분부터 적용된 '조정대상지역 집단대출 금융규제 강화'도 피한 것이 매력으로 꼽혔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건설사 주택사업 관계자는 "막차로 대출 규제도 피했고 오는 8월 더 강화된 집단대출 규제가 나오더라도 이미 분양받은 아파트에 대해서는 제한사항이 소급 적용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 수요자들을 끌어모은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 접어들면서 입주물량이 대거 풀리는 등 다수 조정요인들이 현실화하는 게 분양시장에서도 변수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전국 입주 예정 물량(아파트, 도시형 생활주택, 임대 포함)은 23만3436가구다. 이는 올 상반기 입주물량보다 45.8% 많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1~2년 사이 시장 흐름을 보고 수요자들이 너나없이 분양시장에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아직은 잔열이 남아있는 청약시장도 온도가 더 낮아지고 분양시장 양극화가 더 극심해질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 서울 한 아파트 밀집지역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