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문제가 또 도마에 올랐다. 무리한 방식으로 알짜 토지를 팔아댄 대응방식과 비효율적 임대주택 사업으로 헛돈을 쓴 운영방식, 새 정부 사업 보조를 맞추기 위해 앞으로 들여야할 돈 등 부채가 늘어날 구멍이 점점 커진다는 지적이다.
2013년 최대치를 기록했던 LH 부채는 올해까지 4년동안 감소세를 잇고 있다. 그러나 근시안적 부채감축 시책과 여전히 방만한 경영 탓에 앞으로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13일 경기도 성남 LH 오리사옥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 그래픽/유상연기자 prtsy201@ |
우선 지금까지 부채감축 대책이 오히려 중장기적 부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갑)은 "LH가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 건전화라는 안팎의 압박으로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토지를 대량 매각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알짜배기는 민간에 매각된 반면 경제성이 떨어지는 장기 미매각 토지 비중만 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 의원은 미매각 토지중 5년 이상 장기 미매각토지의 비중이 2013년 32%에서 2017년 8월 55%로 높아진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이어 "LH가 지난 5년간 미매각 토지 절반을 매각했지만 앞으로 더 이상은 무분별한 토지매각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은 토지를 분양하고 받지 못한 돈이 2조원을 넘어서는 것이 부채관리에 구멍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LH 인천지역본부가 지난 2004년 기업토지 263억원 어치 4필지를 민간건설사인 인송도시개발에 판매했지만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약금을 제외한 택지분양대금을 전혀 받지 못한 사실을 끄집어 냈다. 당시 사전건축허가를 받은 이후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조건부 계약'을 한 탓에 연체금은 커녕 계약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게 김 의원실 설명이다.
김 의원은 "LH의 무능한 계약 탓에 할부이자 177억 등 총 440억원을 회수할 가능성이 거의 없게 됐다"며 "민간건설사, 개인 등 매수자로부터 받지 못한 택지분양대금이 2조960억원에 연체이자만 2481억원인데, 정부 예산에만 의존 말고 LH가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 부채 감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꼬집었다.
▲ 박상우 LH 사장이 13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LH 국감에서 의원 질의 중 안경을 매만지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광주을)도 LH가 장기연체 토지 해소에 소극적인 실태를 질타했다. 그는 "지난 9월에는 연체이자가 계약금의 5.5~6.3배에 이르고 연체기간이 79개월을 넘어 원칙적 해약사유에 해당하는데도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한 사례가 내부감사에서 적발됐다"며 "해소방안을 마련해 두고도 실제 해약률은 오히려 낮아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쳐지지 않는 임대주택 방만 경영 문제도 부채 증가 요인으로 지목됐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서울 강남을)의원은 "지난 8월말 기준 LH가 공급한 공공임대 중 공가(空家)는 1만4580가구, 이중 6개월 이상 장기미임대는 9894가구"라며 "특히 공가 중 경기도에 1230가구가 몰리는 등 수요와 공급 격차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빈 채 방치된 임대주택 자산이 부채비율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또 LH가 기존 주택을 매입해 세를 놓는 매입임대도 빈 집이 많고 정부 지원이나 지자체 참여가 부족해 한 해 10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나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로 들춰졌다.
▲ 13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LH 국감 중 증인 단상에서 답변하는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을 박상우 LH 사장이 응시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앞으로는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LH 재무구조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경남 창원의창구)은 "LH는 올 초 계획했던 중장기 예산안을 공약에 맞춰 대폭 수정하면서 연 평균 5조9000억원, 5년간 29조4000억원 예산을 늘렸다"며 "이 때문에 재정 부실이 심화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부채문제 해소를 위해 LH가 빚을 내고 땅을 팔고 있는 실정인데 당장 내년부터 6조4000억원이 증가한 예산을 LH가 감당할지 의문"이라며 "입지 좋은 토지를 다 매각하고 난 뒤 공약사업 비용이 증가하면 LH의 재무 부실은 불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LH 측은 이와 관련해 작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2016~2020년)을 통해 예산은 총 23조원, 연 평균 4조6000억원 늘어나도록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와중에 배당금을 늘려 받아간 기획재정부도 눈총을 받았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전남 여수을)은 "2014년 681억원, 2015년 1516억원이었던 배당금 지급액이 작년에는 4478억원으로 늘었다"며"부채를 갚을 생각 않고 배당잔치만 한 것은 기재부가 LH 재무개선에 관심이 없고 자기 잇속만 챙기려 배당 성향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