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규제 영향으로 최근 부동산 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보유세 개편안 공개를 앞둔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양극화'는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수도권과 지방, 그리고 청약시장과 기존 매매시장간에도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졌다.
서울 강남 4구에서 시작한 '똘똘한 한채' 열풍은 규제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났다. 이 열풍은 사실상 서울 전역으로 확산했고 지방과의 집값 격차는 더 벌어진 상태다. 지방은 규제 직격탄을 맞으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지역 경기를 더욱 침체의 늪으로 빠뜨렸다.
◇지방은 침체하고, 미분양 폭탄까지
각종 규제가 투하한 이후 서울과 지방 부동산 시장의 온도차는 극명하게 갈렸다. 지방의 경우 조선·해운 등 지역 경기를 좌우하는 산업이 무너지면서 지역 경기가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더해진 부동산 규제는 시장을 더욱 빠르게 냉각시켰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낸 'KB부동산시장 리뷰 6월호'에 따르면 서울 주간매매값은 8.2대책이후 잠시 주춤했을 뿐 이후 잇단 대책에도 아랑곳 없이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지방의 경우 부산은 8.2대책 후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대구를 제외한 5개 광역시도 하락추세다. 서울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한국감정원 아파트 매매값 변동률을 봐도 마찬가지다. 강남4구는 올해들어 최근 6월 둘째주(6월11일주)까지 아파트 매매값 변동률이 5.08%에 달한다. 송파의 경우 최근 9주연속 집값이 떨어진 점을 반영해도 올해들어 6.3%나 올랐다.
이 기간 용산과 마포도 각각 6.12%, 5.46% 상승했다. 반면 지방 아파트값은 1.61% 떨어졌다. 울산과 경남은 각각 4.11%, 4.34% 떨어졌다. 경남 창원의 경우 무려 5.3%나 하락했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공급물량은 늘고 지역경기까지 하락하면서 미분양 또한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기준 지방 미분양은 4만9222가구에 달한다. 수도권 1만361가구의 4배에 이른다. 서울의 경우 단 47가구에 불과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지방에 빈집이 늘고 있는 점이다. 준공후 미분양이 전월 9567가구에서 1만326가구로 7.9%나 증가했다.
◇청약시장 '활활', 기존주택 거래절벽
청약시장과 기존 주택시장 간에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4월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서 기준 주택 매매는 큰폭으로 줄어들었다. 매수 대기자들은 오는 22일 보유세 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나면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보유자 가운데 급한 사람들은 이미 4월 이전에 팔았거나 혹은 임대주택에 등록했다. 임대주택 등록은 집을 팔지 않겠다는 의미다. 매도자 입장에서도 지금은 급하게 팔기보다는 보유세 영향 등에 따른 추이를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지난달 주택매매 거래량은 전년 동기보다 20% 감소한 6만8000건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8.2대책 이후 시장이 얼어붙었던 10월 6만3000건에 근접했다.
▲ 미사역 파라곤 견본주택에 몰린 인파(사진=동양건설산업) |
반면 청약시장은 뜨겁다 못해 과열되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자연스레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은 청약시장에 몰릴 수밖에 없다.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고 혹시 모를 집값 하락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 전문가들은 시세차익과 함께 안전자산을 선호하는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달 하남 미사역 파라곤 평균 청약경쟁률은 무려 104.9대 1에 달했다. 청약가점 만점자도 속출하고 있다. 당분간 이런 열기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의 대책은 핀셋보다는 융단폭격에 가까웠다. 하지만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선 좀더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역마다 선별적으로 규제완화와 강화를 병행해 정책을 써야 한다"며 "지방은 오히려 활성화정책이 필요하고 산업정책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