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선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관심 단지의 청약일정이 하반기로 줄줄이 미뤄지면서 예비수요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반면 지방에선 갈수록 미분양이 늘어나고 빈집(준공후 미분양)까지 증가하는 상황에서 입주폭탄을 맞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청약시장 온도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 예비수요자 애태우는 서울 청약 시장
서울의 경우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높고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격으로 인해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런 청약시장의 열기와 별개로 일부 관심 단지의 청약일정은 기약없이 밀리면서 청약 예비 수요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분위기다.
애초 상반기에 계획했던 주요 단지들이 하반기로 밀리거나 분양일정을 잡지 못한 곳들이 수두룩하다. 7~8월 여름철 청약 비수기란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협의가 원활하지 않은 점 등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최근들어 서울에서 눈에 띄는 분양은 7월에 청약했던 북아현동의 힐스테이트 신촌(현대건설)과 장위동 꿈의숲 아이파크(HDC현대산업개발) 정도다.
부동산인포와 업계에 따르면 래미안 서초우성 1차(래미안 리더스원·삼성물산), 상아2차(삼성물산), 삼호가든 3차(현대건설), 서초 무지개(GS건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롯데건설), 수색 9구역 SK뷰(SK건설), 노원 상계 꿈에그린 등이 모두 상반기에 분양하려다 늦춰진 단지다.
주로 강남권 단지들이 기약 없이 밀려났다. 삼성물산이 분양하는 서초 우성1차는 최근 단지명을 래미안 리더스원으로 정하고 이르면 오는 9월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삼호가든 3차, SK건설의 수색9구역 SK뷰도 9월 분양을 준비중이다.
주요 건설사 한 관계자는 "상반기 예정했던 강남권 분양단지들이 일정을 잡지 못한 데는 결국 분양가 때문"이라며 "HUG에선 분양가를 높이기 어렵고 조합이나 건설사에선 원하는 분양가격이 있다 보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일정만 뒤로 밀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전히 서울지역 특히 강남권 분양단지에 대해 로또라는 인식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새아파트의 희소성까지 부각하면서 예비 수요자들은 이들 단지의 분양 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하반기 청약시장 과열현상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 지방은 입주폭탄에 악성 미분양 증가
반면 지방 분양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지방 미분양은 5만2542가구로 전월보다 5.1% 증가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이 서울의 경우 석달째 22가구에 불과한 반면 경기지역만 해도 2024가구나 된다. 지방은 1만712가구에 달한다. 지방의 경우 전월보다 455가구(4.4%)가 증가했다. 빈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입주폭탄까지 예고되면서 서울 이외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시장에 냉기류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경기지역 입주물량이 무려 7만7398가구로 가장 많이 몰렸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입주물량이 10만6881가구로 전체 입주물량 22만2679가구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곳곳에서 입주대란이 발생하면서 매매시장을 위축시켜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입주물량 증가는 전세수요 확보뿐 아니라 분양 수요 확보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입주물량 증가세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얼어붙은 지방 부동산시장의 분위기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