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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박원순이 왜 그럴까

  • 2018.08.01(수) 09:05

'여의도 통개발' 발언후 마스터플랜 딜레마
사업지연 가능성도 제기…호가는 '급등'

'박원순이 왜 그럴까'
 
웹툰을 원작으로 한 '김비서가 왜 그럴까'라는 드라마가 최근 인기를 끌었는데요. 극 초반 오너가 3세쯤으로 보이는 부회장의 비서인 여주인공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폭탄선언을 날리면서 드라마가 시작을 합니다.

요새 여의도는 물론이고 서울 부동산 시장에선 온통 '박원순이 왜 그럴까'로 뜨겁습니다.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하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폭탄발언(?) 이후인데요.

사실 박원순이 왜 그럴까에 대한 답은 다들 짐작하고 계실 겁니다. 여의도 통개발 발언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사업이 다시 거론되는 것을 보면요.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당시 이런 업적들을 앞세워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박원순 시장도 비슷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관측입니다.

 

▲ 서울 여의도 한강변 일대 노후 아파트 모습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문제는 여의도 통개발(마스터플랜)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박 시장의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면서 스톱(stop)을 하기도 고(go) 하기도 모호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인데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토부와의 협의를 강조하면서 사실상 제동을 건 상황입니다.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인 의도가 자꾸 부각하고, 부동산 정책 수장인 김현미 장관과 자꾸 대립하는 듯한 모양새도 서울시 입장에선 부담입니다.

무엇보다 최근의 집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인데요.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가 7월들어 다시 재개하는 듯 하면서 벌써부터 바닥을 찍은게 아니냐는 기대(?)섞인 얘기들이 나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4803건까지 줄었던 서울 아파트 거래는 7월 5595건으로 4개월 만에 반등했습니다. 지난 5월(5481건)보다 많은 수준인데요. 여의도 아파트의 경우 집주인들이 대부분 매물을 거둬들인 상황입니다. 마지막 거래보다 최소 1억원에서 많게는 2억원 이상을 얹어 가격을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20평대 매물(전용 79㎡)은 지난 7월 11억5000만원(실거래 기준)에 마지막 거래가 이뤄졌는데요. 최근 13억원에 내놓은 매물을 집주인이 거둬들였다고 합니다. 다른 아파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고요.

시범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마지막 거래금액에 2억원을 붙여서 나오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집주인들이 아직은 팔 생각이 없다"고 말합니다.

 

▲ 다시 불붙기 시작한 용산 일대 모습. 사진은 용산 철도정비창과 우편집중국 자리./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마스터플랜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용산과 여의도는 물론이고 강남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강북권까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1년간 각종 규제를 퍼부으며 겨우 잡아 놓은 부동산 시장인데요. 다시 기름을 부어 불길을 살렸다는 '독박'을 쓸 수 있는 상황도 서울시 입장에선 걱정일 겁니다.

 

이 때문에 마스터플랜을 늦추면서 중앙정부에 보조를 맞추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자는 얘기도 내부에선 흘러나오는 듯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공작아파트의 경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지정안 심의가 보류됐습니다. 마스터플랜이란 큰 그림에 보조를 맞추자는 것인데요.


공작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마스터플랜이 장기적으로는 호재인 것은 맞지만 사업이 늦어질 수 있고 지구단위계획이나 기부채납 등이 주민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다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놨습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한강이 공공재라는 이유로, 한강에 붙어있는 아파트 단지라는 이유로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 호재라고 생각하면서도 사업이 지연되는 데 대한 우려감을 내비치는 분위기인데요.

일선 중개업소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 중개업소에선 김현미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며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조금 더 기다리면 '실망매물'이 나올 수 있으니 기다리는게 좋겠다고 조언을 하더군요.

또 다른 중개업소에선 10억원 초반대에 나온 20평대 매물 한두개(마지막 거래에서 1억원 이상 오른 호가)를 추천하며 "이런 물건은 지금이라도 잡아야 한다"며 재촉합니다.

 

이곳에선 박원순 시장의 최근 인터뷰를 언급하면서 8~9월 마스터플랜 발표 가능성을 얘기합니다. 여의도는 용산 마스터플랜과 달리 중앙정부에서 터치하기 어렵다는 점도 덧붙이면서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도 마스터플랜을 연기하면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한 전문가는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마스터플랜을 연기하면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돌아다니면서 시장을 더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어 "구체적인 로드맵을 투명하게 공개하되 투기억제방안 등을 함께 내놓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조언합니다. 마스터플랜 실행 과정에서의 걸림돌이나 과제 등을 투명하게 밝히고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판단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지금은 발표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도 설왕설래하고 있으니까요.

실제 서울시도 최근 외부 자문위원들로부터 이런 내용의 자문을 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문가들의 의견대로 서울시가 이대로 고(마스터플랜 발표)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서울시가 걱정(?)하는 독박도 문제이지만 이런 대형 개발호재가 트리거로 작용해 기대심리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걱정이 큰게 사실이니까요. 박원순 시장이 3선에 성공하며 자신감이 붙었다고는 해도 현 정부의 일관된 정책기조를 거스르면서까지 '고!'를 외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셈입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처럼 남여 주인공만 좋으면 끝나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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