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공시가격 현실화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국토부는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현실화를 언급했다. 김 장관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불균형에 대한 많은 지적들이 있다"며 "투명성·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에둘러 답한 정도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등 조세 부과와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자 결정 등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이 때문에 국토부도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지만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자 김현미 장관이 이를 공식화하며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올해 집값 상승분을 고려하면 내년 공시가격의 큰폭 인상은 불가피하다. 다주택자는 말할 것도 없고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이 경우 소득이 없는 퇴직자들의 부담도 상당해진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
이번 정부에선 지난해 8.2대책을 비롯해 올해 종부세 개편안까지 강력한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양지영 R&C연구소가 한국감정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 집값 상승률은 지난 한해치를 뛰어넘었다.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73% 올라 지난 한해 동안의 상승률인 4.69%를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1~7월까지 상승률 중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주춤했던 시장이 달아오른 데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언이 중심에 있다. 여의도·용산 발언이 도화선이 돼 강북권이 상승세를 주도하는 상황이다. 인접한 마포, 양천 등까지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오른 강북 도봉 등 동북권까지 가세하며 '갭매우기'를 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비강남권 경전철 4개 노선의 조기착공 등을 포함한 강북 균형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목동선(신월동~당산역), 면목선(청량리~신내동), 우이신설 연장선(우이동~방학역), 난곡선(보라매공원~난향동) 등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경전철 사례를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박원순 시장이 밝힌 4개 경전철 사업엔 국비가 투입돼야 하는 만큼 정부와의 협의도 필수다. 국토부의 승인과 함께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도 통과해야 한다. 갈길이 멀다는 얘기다.
하지만 목동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손님이 몰리면서 계약금을 쏘겠다고 하면 다시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이기 일쑤"라며 "목동선 얘기까지 나오는 바람에 집값이 더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현실화 여부를 떠나 호재로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는 동북선 경전철 신설 역사 인근의 아파트에서도 계약 해지가 잇따르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강북 균형발전이 강북권 집값 상승에 또다시 불쏘시개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처럼 시장이 과열돼 있을때는 호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호재로써)다 먹히는 것"이라며 "반면 공시가격 현실화는 실질적인 부담이 크고 후폭풍도 만만치 않지만 체감하기 어려워 당장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