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사(시공능력평가순위 1~5위)들의 인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올해 해외 수주가 기대에 크게 못미치면서 해외 일감이 감소하고 있고 내년엔 주택부문 일감마저 줄어들 것으로 보여 인력감축을 본격화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의 특성상 경기변동에 민감하고 이에 따른 탄력적인 인력운용이 어려워 대형사의 경우 구조조정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년 이후 수주기근이 장기화하는 경우 전력을 유지하는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 시평 1위 삼성물산 여전히 가파른 감소세
주요 건설사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인력운용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곳은 시공능력평가순위 1위인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015년말 직원수 7952명에 달했지만 2016년말 6453명으로 감소했다. 희망퇴직 등을 통해 1년 만에 1499명을 감축했다. 이후 올해 9월말 현재까지도 인력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15년말이후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2264명(28%)이나 줄었다.
16년말 이후엔 희망퇴직은 없었지만 현재까지 765명이 회사를 관뒀다. 상시적인 인력구조개선이라는게 삼성물산 측 설명이다.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 2015년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본 이후 보수적이고 선별적인 해외수주에 나서고 있다. 주택사업마저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한때 삼성물산이 '래미안' 브랜드를 버리는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평판리스크를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승계와 재판 등 그룹내 어수선한 분위기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최근들어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앞으로도 경영전략에 큰 변화를 주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물산의 3분기 국내외 누적 수주액은 5조9670억원으로 올해 목표치인 11조2000억원의 절반(53%)밖에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 국내외 수주 기근, 인력 더 줄이나?
국내외 수주 기근에 다른 건설사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은 올해 9월말 기준으로 1년도 채 안돼 직원수가 각각 410명(5.8%), 394명(6.7%) 감소했다. (17년 대림산업과 GS건설의 직원수 증가는 현장채용 인력 포함 영향) 특히 이들 건설사는 해외 부문 일감이 줄어들면서 플랜트 부문 직원을 대상으로 휴직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올초부터 1500명의 직원이 순환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대우건설 역시 플랜트사업본부 직원 1200명을 대상으로 1년간 유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인력 감소폭이 각각 172명(2.5%), 219명(3%)으로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GS건설 한 관계자는 "보통 건설사들은 인력을 줄이는데 조심스러워 한다"면서 "수주가 안된다고 인력을 줄였다가 수주환경이 좋아질 때 쓸 인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GS건설의 경우 인력 재배치 등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 해외수주가 당장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주택경기마저 고꾸라지면서 무급휴직 장기화 등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내놓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1월 현재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254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2015년 461억달러의 해외수주를 기록한 이후 2016년부터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300억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역시 두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265억달러에 불과해 300억달러를 채우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올해에도 유가상승 등으로 해외수주 확대 기대감이 있었지만 산유국(중동지역 발주처)의 재정확충이 기대에 못미쳤고, 내년에도 미중무역갈등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