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 시장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이들의 도우미 역할을 위해 탄생한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어깨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이 중동에서 아시아로 이동했고, 기존 도급형 수주 사업보다는 더 많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PPP(민관협력사업) 중요성이 커지면서 KIND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KIND의 첫 성과가 언제쯤 나올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크다.
◇ 출범 5개월…어디까지 왔나
1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KIND는 국내 건설사들의 PPP 진출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6월 출범했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은 도급 방식의 수주에 익숙했다. 하지만 도급 수주는 수익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경쟁도 치열해 갈수록 문이 좁아지고 있다. 반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PPP 인프라 사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해외 건설시장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KIND의 설립 배경이기도 하다.
아직 설립 초기 단계인 KIND는 현재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과정이다. 내년부터는 국토부로부터 해외 사업에 대한 타당성조사(FS) 기능을 넘겨받고, 본격적인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KIND가 국내 인프라 관련 공기업 혹은 건설사들의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 등을 계획한다. 필요시에는 해외 발주처와 직접 협상에 나설 뿐 아니라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거나 제한적으로 직접 투자하는 역할도 맡는다.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PPP 인프라 발주가 대부분 아세안 국가에서 나오는 까닭에 KIND 역시 동남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태다. KIND 관계자는 "검토하는 사업 대부분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있다"며 "이중 인도네시아에서 수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사업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첫 성과는 언제?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도 지금까지 254억달러에 머무는 해외 수주를 기록하면서 3년 연속 300억달러 달성 실패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주택시장 분위기도 하락세로 꺾이면서 해외 사업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국내 건설사들의 지역별 수주 현황을 보면 과거 전성기 시절 중동에서 사업을 싹쓸이하던 것과 달리 아시아 시장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해외수주 최정점을 찍었던 2010년(약 716억달러) 중동 수주 비중은 66%에 달했지만 올해는 33.9%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아시아 시장은 2010년 20.2%에서 올해는 54.8%로 높아졌다. 해외에서 따낸 일감의 절반이 아시아에서 이뤄낸 성과다.
특히 정부가 아세안(ASEAN)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신남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과 이들 지역에서는 PPP 형태의 인프라 사업이 많다는 점에서 KIND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내 건설사들도 유가 상승에 따른 중동시장 발주는 물론 아세안 국가에서의 인프라 사업 수주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KIND와 본격적인 협업을 통한 성과 창출을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KIND는 중동보다는 정부 정책 방향에 맞게 신남방정책을 통한 아시아 인프라 수주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조만간 눈에 보이는 수주 실적이 나와야 존재감이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KIND 관계자는 "국내 인프라 관련 공기업과 건설사들로부터 현재 추진하고 있는 60여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타당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연내 1~3개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는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