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시장 진출 53년 만에 누적 수주액 8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눈부신 성과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이전보다 수주 증가속도가 절반 수준으로 느려진 탓이다.
해외 건설시장 환경이 변한 영향이다. 과거 단순 도급공사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국내 건설사들 경험이 부족한 투자개발형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와 함께 수주 텃밭이던 중동시장 발주도 줄어들면서 신시장 개척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기준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8000억달러를 넘었다고 6일 밝혔다. 1965년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 진출한지 53년 만에 거둔 쾌거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성장세는 크게 둔화되고 있다. 누적 수주액 6000억달러(2013년 12월) 달성 이후 1년 반 만인 2015년 6월 7000억달러를 돌파했는데, 이번에는 1000억달러를 더하는데 3년이 걸렸다. 산술적으로 두 배의 시간이 더 걸린 셈이다.
무엇보다 해외 건설시장 환경이 변화한 영향이 컸다. 지역별로 보면 국내 건설사들의 주력 시장이던 중동 발주가 감소하며 전체 수주에서 비중이 줄었다. 대신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인프라와 산업시설 투자가 늘고 있는 아시아 비중이 증가했다.
누적 수주 7000억달러 달성 시점에는 중동 시장이 55.5%, 아시아가 30.1%의 비중을 나타냈다면 8000억달러 기준으로는 중동이 53.8%, 아시아는 32%를 차지했다. 실제 지난 3년간 1000억달러의 수주를 따내는 과정에서 아시아 지역 수주는 445억달러(44.5%), 중동에서는 418억달러(41.8%) 규모의 일감을 확보했다.
민관협력 투자개발형 사업(PPP) 발주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5년간 6조달러 이상을 인프라에 투자한다는 계획, 미국에서 노후 인프라 교체와 트럼프 정부의 1조달러 투자개발계획 등이 대표적인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꼽힌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은 단순 도급공사 수주에 주력했던 까닭에 투자개발형 사업 경험은 부족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다만 공종별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플랜트가 전체 수주의 57.7%(8000억달러 달성 기준, 4617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건축(1546억달러)과 토목(1474억달러)이 각각 19.3%, 18.5%를 차지해 7000억달러 달성 시점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건설은 2014년 이후 수주가 급감해 2016년 최저점을 기록했고 작년부터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주력시장인 중동‧플랜트 발주량이 감소하면서 국가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해외건설 수주 회복을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고부가가치 민관협력 투자개발형 사업 수주를 위해 지난 6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출범했다. KIND를 중심으로 해외 수주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민간‧공공‧정부가 협력하는 동반진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건설 수주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수주를 회복하기 위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인력과 정보, 연구개발과 금융 등 기업 자체적으로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부분을 지원해 장기적으로 해외 진출 역량도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