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시장 압박 강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보유세 인상을 강조하고 나섰다. 홍 후보자는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최근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같은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는 이미 예고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정부 부동산정책 핵심축인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개편안이 국회 문턱에서 꿈쩍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전히 주택시장이 불안요인이 잠재한 상황에서 종부세 개편안의 국회 논의에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 홍남기 부총리 후보자, 보유세 인상 한목소리
홍남기 후보자는 어제(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비교를 해보면 보유세 비중이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보유세(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를 단계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회에서 "고가·다주택자부터 보유세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홍 후보자는 또 "임대주택 사업자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선 등록을 의무화하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다만 정부로서는 등록 의무제를 검토할 때 임대료 급등이나 임대주택 공급 위축 등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자율적으로 등록하도록 유도하고 등록 의무제는 1~2년의 동향을 보고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 의무화 역시 이번 정부에서 중기 과제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 역시 보유세와 함께 김수현 정책실장이 역점으로 두고 있는 정책 중 하나다. 사회수석 시절 부동산 정책의 핵심 중 하나로 민간 임대주택 등록을 추진했다. 종부세 개편안과 함께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최근엔 임대주택 등록의 과도한 인센티브가 오히려 부작용을 드러내면서 지난 9.13대책에서 인센티브를 축소하기도 했다. 다만 민간 임대주택 양성화 차원에서 꾸준히 추진될 정책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 종부세 개편안 국회 논의는 진전 없어
김수현 수석과 홍남기 후보자가 잇따라 보유세 강화를 언급하는 등 의지를 내보이고 있지만 정작 종부세 개편안은 중대 관문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야당의 반대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0.5~2.0%인 종부세 세율을 최대 2.7%까지 올리고, 3주택자 이상에겐 최대 3.2%의 세율을 부과하는 개편안을 마련했다. 이는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종부세법 개정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자칫 이같은 개편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애초 정부 발표안보다 후퇴하는 경우 이 역시 시장의 또다른 불안요인이 될 가능성 또한 제기된다.
홍 후보자는 앞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도 "자금 유동성, 지역 개발호재, 공급부족 인식에 따른 불안요인이 여전히 주택시장에 잠재해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시장불안이 재연되면 추가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종부세 개편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정우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는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됐지만 (기획재정위원회)소위차원에서 논의는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종부세율과 관련한 법률안이 9건 정도가 있는데 각 안마다 (대상)범위나 세율의 폭이 커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5일) 오전에도 논의를 했지만 여전히 이견이 많고 조정안이 딱히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재위 안팎에선 이번주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자동부의가 된 상황이라 표결로 가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