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잇단 정부 정책 발표 이후 상승세가 꺾였다.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선 이미 하락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은 본격적인 (하락)조정을 언급하긴 이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겨울철 비수기인데다 여전히 거래는 소강상태다. 내년 이후 집값 상승을 부추길 변수도 잠재하고 있다. 반대로 금리인상 등 집값 하락 변수 또한 만만치 않다.
아직은 이런 상반된 변수들이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장기적으로 더 오를 여력은 많지 않다"면서도 "여전히 매매가격을 올릴 변수와 내릴 변수들이 충돌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처럼 집값을 더 끌어올릴 여력은 크지 않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다만 일시적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요인, 특히 시중에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하다는 점에서 각종 개발호재들과 맞물리면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변수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키워드 별로 살펴본다.
# 풍부한 유동성
저금리가 수년간 장기화되면서 시중 유동성은 넘쳐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는 9월 현재 2647조8000억원이다. 2017년의 2471조2000억원, 2016년의 2342조6000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더욱이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은 지난 6월 1117조3565억원으로 사상최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등을 합한 수치다.
9월 기준으론 6월대비 MMF는 줄었지만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 등은 모두 증가했다. 주식시장까지 부진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여전히 넘쳐나는 형국이다.
# 토지보상금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한 상황에서 내년에 풀리는 25조원 이상의 토지보상금까지 더해져 부동산시장을 자극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감도 나온다.
정부가 신혼희망타운 등 공공택지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내년에 풀리는 토지보상금이 무려 25조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의 34조8000억원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성남 금토지구(58만 3581㎡), 성남 복정1, 2지구(64만 5812㎡)를 비롯해 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과천주암지구(92만 9080㎡) 등도 모두 내년에 토지보상이 추진된다.
3기 신도시 개발까지 본격화되면 내년 이후 토지보상금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 3기 신도시
내달 정부는 3기 신도시 1~2곳의 입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서울과 1기 신도시(분당?평촌?일산 등) 사이에 공급하기 때문에 입지 면에서 2기 신도시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 공급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단기적으로는 개발호재로 인한 인근 지역의 집값 상승 또한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인접 지역의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미분양 총량, 가계대출 연체율
반면 집값 하락의 신호로 볼 수 있는 미분양 규모나 가계대출 연체율은 여전히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10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02가구다. 지난 2016년 12월 이후 5만가구 대를 유지했던 미분양 가구는 올해들어 6만가구 대로 올라섰다. 부동산 암흑기에 접어든 지난 2009년 16만6000호에 달했던 점을 생각하면 아직은 집값을 끌어내릴 정도의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 역시 지난 3분기말 1514조4000억원을 기록, 1500조원을 넘어선 점은 부담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연체율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0.26%로 7월 0.27%, 8월 0.3% 순으로 낮아지고 있다. 9월 기준으로 ▲14년 0.59% ▲15년 0.39% ▲16년 0.3% ▲17년 0.25% 등의 추이를 봐도 낮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가계대출이 연체된다는 것은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담보로 잡힌 집을 팔 개연성 또한 높아지기 마련이다. 다만 현재의 금리인상 속도라면 당분간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닐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