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를 받고 충격 받은 다주택자들에게 내년 6월까지 집을 팔지 않으면 더 큰 폭탄이 터질 테니 그 전에 팔라는 경고다
한 세무사는 정부의 12‧16 대책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대출 규제와 함께 보유세 부담을 큰 폭으로 늘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그린 정책의 청사진이다.
주택시장 반응은 아직은 미온적이다.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일부 나오고 있지만 대다수는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도 버틸 여력은 있고, 집을 파는 것보다 계속 보유하는 게 더 낫다고 계산하는 분위기다.
◇ 보유세 폭탄? 버틸 만하다
12‧16 대책과 공시가격 현실화율 개선이 이뤄지면 당장 내년부터 다주택자들의 종부세는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다.
특히 종부세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요소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2022년까지 매년 5%포인트씩 오르고, 공시가격도 현실화율 개선 정책에 따라 꾸준히 상승할 전망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100%가 되는 2022년에는 종부세가 올해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날 수도 있다.
정부는 보유세 부담을 늘려 다주택자를 압박하면서도 내년 6월까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팔면 한시적으로 양도소득세 중과를 배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해주기로 했다. 이를 통해 다주택자가 집을 팔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의 셈법은 다르다. 보유세가 부담은 되지만 집을 팔려는 움직임은 크지 않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현재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에 집을 여러 채 보유한 다주택자는 현금부자들이 많다"며 "이들은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남에도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기대했던 것처럼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10년 이상 보유해 세제혜택을 받는 주택이 몇 채나 될지 알 수 없다"며 "무엇보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집을 보유함으로써 자산가치가 증가했던 최근의 학습효과로 인해 집을 팔려는 다주택자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 강화된 대출 규제도 발목…'똘똘한 한채' 반복될 수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은 또 있다. 주택 시장 외에 유동 자금을 흡수할만한 시장이 없다는 점이다.
김규정 위원은 "다주택자가 보유세 부담을 피하려고 주택을 처분해 발생한 이익을 다시 재투자할 곳이 어딘지를 봤을 때, 결국 부동산이 가장 유망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들이 (처분했던 것과)비슷한 수준의 다른 주택을 사려면 대출 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결국 집을 파는 것보다 세금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보유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2017년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작년 초까지 이어졌던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보유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집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강남이 아닌 강북이나 서울 외 수도권 지역 주택을 처분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청와대가 집이 여러 채인 고위 관료에게 살 집을 제외한 주택을 처분할 것을 권고하자 서울이 아닌 세종시 등 다른 지역 집을 팔려는 모습을 보이며 비판을 사기도 했다.
고준석 교수는 "다주택자가 집을 판다고 해도 강남 주요 아파트를 처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강남 신축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강화되면 강남 집값을 잡기는 쉽지 않고, 결국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