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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집값 불안, 적은 내부에도 있었다

  • 2020.08.03(월) 14:17

다주택자 비중, 일반 국민보다 국회의원‧고위 공직자 더 높아
집 팔라는 신호에도 버텨…결국 피해는 무주택 서민

다주택 고위 공직자들의 주택 매각 소식이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시장 교란 주범으로 보고 각종 규제를 가해왔다. 이같은 정부 정책 기조에 맞게 다주택자인 고위 공직자들에게 집을 팔라고 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경기도 역시 다주택인 고위 공직자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의 조치를 예고해 실거주 하는 집 외에는 팔도록 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에 대해 아무리 고위 공직자여도 정부가 나서서 집을 팔라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라는 지적과, 정책을 직접 만드는 당사자들이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다는 것은 표리부동 하다는 비판이 부딪히기도 한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집이 여러 채인 고위 공직자들이 꽤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 750명 가운데 집이 두채 이상인 다주택자는 248명으로 전체의 33.1%를 차지했다. 공직자 3명중 1명은 다주택자라는 의미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의 조사 결과, 청와대 참모들 가운데 다주택자 비중은 작년말 37%에서 지난 달 말 기준 28%로 나타났다.

최근에 조사된 21대 국회의원들의 다주택자 현황도 이와 유사하다. 21대 국회의원 300명중 다주택자는 전체의 29%인 88명에 달한다. 반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집을 두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219만명으로 전체 주택 보유자의 12% 수준이었다. 조사 시기가 달라 직접 비교가 어렵다 하더라도 공직자나 국회의원들의 다주택자 비중이 일반 국민보다 월등히 높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집값 안정을 위해 많은 대책을 내놨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내용이 많았다. 규제지역내 1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대출규제,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다주택자 취‧등록세 인상 등이 대표적이다. 전세 낀 주택을 적은 돈으로 매입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을 막고, 집이 여러 채 있으면 보유세 부담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다.

이런 대책에는 집값 상승의 주범이 다주택자라는 인식이 깔려있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취임식 때 '집값이 들썩인 지역에서 집을 산 사람들은 대부분 다주택자였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다주택자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벌써 몇년째 정부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집을 팔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하지만 다주택자 비중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세제혜택을 주는 임대등록사업제 시행으로 2015년 이후 다주택자가 급증했다는 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분석이다.

고위 공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다주택 청와대 참모진에게 실거주 외의 집은 팔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청와대내 다주택자 비중은 여전히 28%에 달한다.

집값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정부였지만 정작 이들이 주된 타깃으로 삼았던 다주택자는 정부 안에 있었던 셈이다. 정책을 만들고 발표한 당사자들도 집을 팔지 않는데 일반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무주택 서민들만 고통받고 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집 한 채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3000만원(6월 기준)이라고 하니 '더 이상 서민을 위한 집은 없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다주택자가 시장 교란 행위자라면 적은 내부에 있었고, 이들이 집값을 끌어올리는데 일조한 셈이다. 무주택 서민 입장에서 내가 낸 세금으로 많은 월급을 받는 고위 공직자들이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또 다른 집을 사거나 임대료를 높였다고 생각하면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뒤늦게 직접 나서 다주택 공직자들에게 주택 매각을 권고하는 지금의 상황이 씁쓸하기만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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