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이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아파트 브랜드 1위 '자이'를 앞세운 GS건설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임팩트를 남겼다.
그동안 강남 재건축 시장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한 '그들만의 리그'였던 게 사실이다. 포스코건설(시공능력평가 6위, 2019년 기준)의 경우,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의 대형 건설사이지만 상대적으로 주택사업 비중이 크지 않았고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인지도도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포스코건설이 주택사업 비중을 확대하며 리모델링 뿐 아니라 재건축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정비사업 업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 '주택사업 확대' 힘 받은 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은 글로벌 철강사 포스코그룹의 계열사인 만큼 태생인 플랜트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플랜트 사업을 비롯해 각종 토목 공사 등에 주력했다. 국내에서도 주택보다는 인프라를 비롯한 발전사업 등의 비중이 컸다. 지금도 신안산선과 서부내륙고속도로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해외사업은 녹록지 않았던데 반해 국내 주택시장은 호황기를 보내면서 포스코건설 역시 주택사업 비중이 확대됐다. 이 중에서도 포스코건설은 지방 대형시장을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펼쳤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와 지난해 수주한 광주 북 풍향구역 재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서울 도심에서의 사업은 많지 않다. 경쟁사들이 강남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 수주를 위해 공격적으로 활동한 것과 비교해 포스코건설은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리모델링 사업 등에 집중했다.
주택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60%를 넘어서고 국내 주택시장도 변곡점을 맞으면서 지방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주택사업 경쟁력을 입증하고 지속성장을 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는 포스코건설 역시 강남 재건축 시장 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포스코건설이 신반포21차 수주를 위해 2년여 동안 공을 들였던 이유다.
◇ '자이타운' 누른 포스코건설, 지각변동 일으킬까
포스코건설은 총회에 참석한 신반포21차 조합원 107명 가운데 64표를 획득하며 경쟁사였던 GS건설(41표, 무효표2)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당초 업계에선 이 지역에서 이미 반포자이를 공급했고 신반포21차 인근 신반포4지구 시공권도 확보한 GS건설이 좀 더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지역 조합원들은 브랜드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데,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더샵'의 포스코건설 보다는 '자이'의 GS건설이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은 화려한 문주로 차별성을 내세웠고, 외상공사를 통한 금융부담 없는 후분양 등으로 승부수를 던지며 조합원들을 공략했다. 이를 통해 브랜드 열세를 뒤집은 셈이다.
특히 신반포21차를 포함해 최근 재건축 조합원들이 단순히 아파트 브랜드보다는 각 건설사가 내건 입찰제안서 등 사업성을 꼼꼼히 따지는 성향으로 변하면서 전통의 강자였던 건설사들도 수주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포스코건설이 신반포21차를 교두보로 삼아 향후 강남 재건축 시장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돼 재건축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향후 재건축 사업 관련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신반포21차를 기점으로 서울 주요지역 정비사업 수주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