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토목 사업에 몰두하던 건설사들이 친환경‧에너지 분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과거 정부가 내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4대강 사업 등 토목공사에 주력했다면 현 정부는 디지털과 친환경‧에너지 등의 분야를 주요 육성 대상으로 삼는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여러 신사업에 뛰어들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던 건설사들 입장에선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졌다. 이런 이유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관련기업 지분투자를 단행하는 등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 '그린 뉴딜' 비슷한 이름, 다른 방향
2009년 1월, 당시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 뉴딜 사업을 추진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후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한 정책으로,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중 핵심은 4대강 살리기와 주변 정비사업이다. 총 39조원의 재정 투입 가운데 4대강 살리기에 18조원이 투입, 절반에 육박(46%)한다. 이와 함께 녹색 교통망 구축과 대체 수자원 확보 및 친환경 중소댐 건설 등도 주요 사업에 포함됐다.
사실상 대규모 토목‧건축 사업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당시 정부의 계획이었다.
반면 최근 발표된 한국판 뉴딜(그린 뉴딜 포함)에선 이 같은 사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판 뉴딜은 비대면 수요 급증에 따른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가속화, 저탄소‧친환경 경제에 대한 요구 증대로 인한 그린 경제(그린 뉴딜)로 전환 촉진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그린 뉴딜 분야는 친환경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산기반을 구축하고, 스마트그린 산업단지를 만들어 에너지 발전과 소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제어하는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 등을 조성한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전기차와 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이 담겨있다.
◇ 새로운 뉴딜에 대응하라
대규모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이번 한국판 뉴딜에서 과거의 토목‧건축사업에 한정할 경우 건설사들이 맡을 역할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친환경‧에너지 사업 등을 시작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SK건설은 친환경‧에너지 사업 추진을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린 뉴딜에 포함된 스마트그린산단사업을 비롯해 리사이클링사업그룹으로 구성된 친환경사업부문을 신설했다. 안재현 SK건설 사장이 직접 사업부문장을 맡아 총괄할 정도로 관심이 큰 분야다.
또 에너지기술부문을 신에너지사업부문으로 개편,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사업과 노후 정유‧발전시설 성능 개선 및 친환경화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전기차 충전기 전문기업인 휴맥스EV에 투자하면서 인프라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충전 인프라 생태계 구축부터 부지 건축을 통한 ESS(에너지저장설비) 연동 복합 충전 스테이션 설립, V2G(Vehicle to Grid, 충전식 친환경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주차 중 남은 전력을 이용하는 개념)양방향 에너지 수요관리 시스템 운영 등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관련 미래 유망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대우건설은 이에 앞서 드론 제조와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아스트로엑스에도 지분을 투자하며 4차 산업혁명 관련으로 사업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GS건설도 올 초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2차전지 재활용 관련 신사업에 진출했다. 사용된 2차전지에서 4500톤의 니켈과 코발트, 리튬과 망간 등 유가금속을 생산하는 시설을 조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향후 전후방 산업 진출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건설과 플랜트 등을 기본으로 하는 EPC(설계‧시공‧조달)가 아닌 새로운 사업에 대한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주력하는 만큼 이 분야에서 기존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부분, 그 동안 하지 않았던 신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