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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1가구1주택법이 통과되면?

  • 2021.01.05(화) 10:10

주거기본법에 '1가구1주택 보유·거주' 원칙 추가
강제성 없지만 재산권·주거이전 자유 침해 우려
제2 루마니아 우려…건설경기 침체·임차시장 붕괴

'1가구1주택법 입법예고 반대해주세요'

최근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 이같은 제목의 글들이 자주 눈에 띄었는데요.

'1가구1주택 보유·거주' 내용을 골자로 한 주거기본법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입법예고기간에 '반대' 의견을 제출하자는 움직임이었죠. 결국 열흘 만에 2만 건이 넘는 의견이 제출되며 시장의 분위기를 보여줬는데요.

시장의 바람대로 법안 통과가 물건너 가는 걸까요. 만약 그럼에도 개정안이 통과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까요.

◇ 입법예고 기간, 의견 2만건…상당수 반대

'1가구1주택법'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1일 대표 발의한 '주거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칭하는 건데요.

개정안은 현행 주거정책의 기본원칙(주거기본법 제3조)에 ▲1가구1주택 보유·거주 ▲무주택자 및 실거주자 주택 우선 공급 ▲주택의 자산 증식 및 투기목적 활용 금지 등 3개 조항을 추가하는 게 골자입니다. 

국민이 실질적으로 주거권을 보장받기 위해선 주택이 자산 증식이나 투기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법안인데요.

진 의원에 따르면 국내 전국 주택보급률은 1995년 73.9%(957만 가구)에서 2018년 104.2%(2082만 가구)로 크게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자가점유율은 53.5%에서 57%로 4.5%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양적 주택 부족이 완화됐음에도 10가구 중 4가구는 여전히 무주택 임차가구라는 거죠.

진 의원은 최근 신규 임대차계약의 가격상승으로 임차인의 주거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 다주택자 증가에 따른 주택소유 구조 불평등 등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이에 헌법에 명시된 주거권을 더욱 상세히 명시해 주거정책의 밑바탕을 삼는다는 취지로 개정안을 발의한건데요.

법에 처벌 등 강제조항이 있는 게 아니어서 '강제성'은 없습니다. 진 의원은 "주택소유 제한이 아니라 원칙을 세우기 위한 법안"이라는 취지를 강조해 왔고요.

시장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1가구1주택'은 사실상 사유재산 침해를 명문화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요. 강제성이 없다고 해도 일단 법에 명시 되면 나중에 '집행법'이 뒤따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장경제에선 주택도 투자자산이 될 수 있는건데 1가구1주택을 법제화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며 "당장은 강제성이 없다고 해도 일단 기본법으로 정해놓으면 다음 단계(집행법 등)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이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반대하자며 국회 입법예고사이트 링크를 공유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고요. 결국 입법 예고기간(지난해 12월23일~올해 1월2일) 제출된 의견 총 2만3636건 중 대부분이 '반대' 의사를 표한 상태입니다. 

◇ "제2의 루마니아"vs"최저주거기준일뿐"

하지만 입법반대 의견이 많다고 해서 법안 통과를 저지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온라인상에서 '입법 반대 인원이 1만명을 넘으면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있다'는 유언비어가 퍼져있는데요. '국회입법예고에 관한 규칙' 등 어떠한 관련 법에도 이같은 내용은 나와있지 않습니다. 반대 의견은 입법 과정에서 '참고사항'일 뿐 특정 인원이 넘는다고 해서 법안 통과 저지 요건이 되는 건 아니라는거죠. 

법안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일명 '1가구1주택법'이 통과되면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주거 이전 자유의 제약 ▲가구 분할 ▲주거환경 악화 등의 부작용을 예상했는데요.

서 회장은 "부자들이 다주택을 소유하기 위해 가구 분할을 하면서 가구 수가 늘어나 행정 낭비, 부익부 빈익빈 등이 심화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정서적 자극이 심해져 시장이 더 혼란스러워 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제2의 루마니아'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루마니아는 1970~1980년대 공산주의 정권에서 1가구1주택을 시행하며 정부가 보유한 주택을 국민에게 저렴하게 제공했는데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루마니아는 지난해 기준 자가보유율이 96.4%에 달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주택을 갖고 있으니 주택을 공급해도 수요가 없어 주택건설경기가 침체됐고요. 이사를 하고 싶어도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이 팔리지 않아 이동이 어려워졌습니다. 임대차 시장도 붕괴됐고요.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루마니아처럼 임차 시장이 무너지면 취업, 결혼 등으로 주거 이전을 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1가구2주택 이상은 세금을 과하게 부과하면서 그 상승분이 임대료에 전가되며 임대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1가구1주택법이 현 시장에서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부 나오는데요.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법처럼 집행법이 아니기 때문에 주거기본법을 위반한다고 해서 제재조치, 행정력이 뒤따르지도 않는다"며 "그 점에서 루마니아 사례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택이 재테크 수단이 되고 24번의 부동산대책에도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최저주거기준이 될 수 있는 조항이 주거기본법에 명시되는 건 옳은 방향"이라며 "모든 국민의 주거생활안정과 복지를 위해선 기본법적인 성격에서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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