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 반값 아파트!"
분양가를 최고 '4분의 1'로 낮춘 주택 정책이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시세보다 싼 분양아파트는 갈수록 청약 당첨 문턱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러자 정부에서 분양과 임대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면서 시세차익까지 환수하는 '반값' 또는 '반의 반값' 아파트를 내놓기 시작한거죠.
새로운 개념인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에 이어 10여년 전에 등장했다가 사라진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까지 재등장했는데요. 과연 수요자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 임대반 분양반, 분양가는 '반의 반'
지난 10일 토지임대부 주택 매각시 공공기관인 LH에 되팔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요.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의 소유권은 LH를 통해 정부에 남기고 건물만 파는 방식으로, 토지비가 빠지기 때문에 분양가가 시세 대비 절반 이상 저렴한 제도입니다.
이는 과거 노무현·이명박 정권 때도 추진된 적 있는데요. 분양가는 저렴하지만 나중에 건물 가격이 오르자 수분양자들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갖게 되면서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토지임대부 주택을 매각할 땐 LH에 환매하는 것을 의무화해 수분양자가 과도한 차익을 챙길 수 없도록 '환매조건부'까지 적용토록 한건데요.
이런 제도의 필요성을 꾸준히 역설해 왔던 변창흠 LH 전 사장이 국토부장관으로 내정되면서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 정책은 더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올해 들어 '반의반값' 주택 정책은 두 번째인데요.
앞서 8·4주택공급 대책에선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정책이 나왔습니다. 분양가의 20~25%만 최초에 납부하고 나머지는 살면서 취득해 나가는 제도인데요. 최초 취득시 납부액을 분양가의 20%로 설정하면 '5분의 1' 가격으로 주택을 취득할 수 있는 셈인데요.
다만 지분 100%를 취득하기 전까지는 임대료를 내야 하고 SH공사나 LH 등 사업주체가 동의해야만 매매할 수 있습니다. 전매 가격도 정부가 정한 '정상 가격' 이내 수준에서 정해지고요. 처분 시점엔 지분 비율대로 시세차익을 공공과 나눠가지게 됩니다. ☞관련기사[집잇슈]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빚내서 집사는 것과 다를까
하지만 지분을 100% 취득한 경우엔 원하는 가격에 매매하고도 시세차익을 환수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반면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은 LH에만 매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세차익 환수의 강도가 더 높습니다. LH가 집을 되살 때는 은행 정기예금 이자율과 공시가격 상승률 중 낮을 것을 적용해 웃돈을 얹어줄 예정인데요. 현재의 초저금리(한국은행 기준금리 0.5%) 기조가 이어진다면 최초 수분양자가 얻는 시세차익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 분양가 저렴하긴 한데…
정부는 토지임대부 주택에 '환매조건'을 붙여 분양가 인하와 시세차익 환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부 수요자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정책이 집값 상승과 로또 분양의 열기를 잠재울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특히 '청약 바늘구멍'이 점점 더 좁아지고 서울 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의 수단으로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냉담한 반응이 주를 잇습니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을 '고가임대주택', '재산세 내는 임대주택' 등으로 표현하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고요. 건물 주인이 토지사용료 명목으로 LH에 내야 하는 보증금과 월 임대료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는 점도 우려되고요.
2011~2012년에도 강남 보금자리주택 중 일부를 토지임대부 형태로 분양했었는데요. 당시 시세의 30~50% 수준으로 공급했지만 현재 이들 건물의 시세가 10억원대를 훌쩍 넘기며 수분양자들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어 '로또 분양'격이 됐고요. 2007년에는 경기도 군포시 부곡동의 휴먼시아5단지를 환매조건부 주택의 시범사업으로 분양했지만 92%가 미분양돼 결국 일반분양으로 전환해 입주자를 모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지분적립형 주택 등 '반의 반값' 주택 정책의 취지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요.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자금이 부족한 분들이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하나의 디딤돌이 되니까 주거 복지 측면에선 괜찮은 제도"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실수요자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 회장은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 건물만 갖고 있으면 감가상각이 심하고 완전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거부감이 높을 것"이라며 "전세시장 불안 해소 등 부동산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도 "이들 주택 모두 분양가는 저렴하지만 임대의 개념이 들어가 있어 수요자 입장에선 큰 이점이 없다"며 "토지임대부 주택은 주택을 되팔 때 월세 보장을 해주거나 주택 취득으로 보지 말고 청약기회를 살려주는 등의 혜택을 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시세대비 저렴하다고 해도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