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장관이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으로 교체되면서 재건축과 대출 규제 등의 정부 정책 방향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 동안 규제 중심의 정책에도 집값은 가파르게 올랐고 임대차 시장 불안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관 교체 이후에도 지금의 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대신 변창흠 장관 내정자가 공공주택 분야 등의 전문가인 만큼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등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도시계획학 석사, 행정학 박사학위 등을 받았다.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를 맡으며 주거복지와 도시개발 등 부동산 정책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다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을 경험했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LH 사장 등도 역임했다. SH 사장 시절에는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주도했고, LH 사장 때도 공공주택을 통한 주거 양극화 해소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지난해 국토부 기자단과의 오찬에선 3기 신도시에 이익공유형(환매조건부) 주택 도입을 제안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익공유형 주택은 공공기관이 토지를 개발하고 주택을 지어 저렴하게 실수요자에게 공급하고, 향후 이 집을 분양받은 자가 집을 매각할 때는 반드시 공공에게 되팔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무주택 서민은 내 집 마련 부담을 덜고, 개발 이익(집값 상승)을 공공이 일부 회수해 개인이 독점하는 것도 막는다. 변창흠 내정자는 이 같은 제도의 도입을 세종대 교수시절부터 주장해왔다.
최근에는 정부가 발표한 중산층 공공임대 등 전세대책이 시행되면 LH의 부채가 늘어나는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정부 정책에 힘을 싣기도 했다.
이처럼 변창흠 내정자가 공공주택 역할을 확대해 주거복지 실현을 강조했던 만큼 장관 취임 이후 주택 공급 정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 동안 정부는 다주택자 등 투기수요를 집값 불안의 원인으로 보고 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규제를 가해왔다. 그럼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자 8.4 주택공급 방안을 발표, 태릉골프장 등 서울 도심을 비롯한 수도권에 13만2000가구 규모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또 지난달에는 치솟는 전세가격 안정을 위해 단기간 수도권에 11만400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정부 발표 이후 해당 부지 인근 주민들의 반발 등 주택 공급이 정부 계획대로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세대책 역시 비아파트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변창흠 내정자 입장에선 시장을 안정시키고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주택 공급에 우선적으로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등 큰 틀에서의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변 내정자는 그동안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힘을 실어왔고 학자시절부터 그의 신념이나 소신 역시 이번 정부의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LH와 SH 등 서민 주거정책 실무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주택 시장을 잘 알 것으로 기대되지만 지금의 시장 상황이 워낙 복잡하다보니 이를 풀어내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은 전체적인 방향을 수정한다기보다 현재 정책 범위 내에서 해법을 마련하는데 골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