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울시장 등 보궐선거는 코앞으로 다가왔고, 대선은 1년 남짓 남았다. 부동산발 민심은 점점 흉흉해져만 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혁신적인 주택공급 방안'을 주문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취임 며칠새 주택 공급기관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설 명절 전 공급방안 발표를 예고한 상태다.
변창흠표 공급방안은 '고밀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관협력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신속하게 공급하는 동시에 수요자들이 원하는 '분양아파트' 중심으로 공급하겠다는 내용 정도로 윤곽이 드러났다.
최근 6개월새 정부는 세차례의 공급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에 전혀 약발이 들지 않는 상황이다. 변창흠표 공급방안이 그간의 실패를 딛고 실수요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시장안정 효과를 낼수 있을지 아니면 실패를 답습할지 주목된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공급대책은 세차례나 나왔다. 8.4대책에선 태릉CC, 용산 캠프킴, 정부과천청사 일대 등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 도입을 구체화했다.
9.8대책에선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사전청약제도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젊은세대의 패닉바잉이나 전세난 등이 해소되지 않자 11월엔 전세대책까지 내놨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당장 이사할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운 형편인데 여러차례의 대책에도 입주할 수 있는 집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나마 6개월~1년 내 빠르게 입주할 수 있다고 한 곳들은 비주택이거나 공공임대 등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주거형태다. 공급대책이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국토부는 새해에 들어서자마자 올해 7월 인천계양을 시작으로 남양주 진접2, 성남, 의왕 등에서 사전청약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는 등 공급대책이 원활히 추진되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전청약에 거는 기대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
유휴부지를 활용한 공급이나 3기 신도시 등은 여전히 최소 2년 이상 지나야 본청약 등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변창흠 장관이 민관협력 패스트트랙을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강조해온 임대주택 중심의 공급에서 한발 물러나 분양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하겠다고 언급한 점도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평가다.
문제는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고밀개발 과정에서 토지 등의 소유주들이 얼마나 적극 참여하느냐다. 이는 결국 '인센티브'에 달려 있다. 인센티브보다 공공임대 등의 개발이익 환수로 돌아가는게 더 크다고 생각된다면 민간에서 참여할 이유가 없다. '공공재건축'과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적으로 패스트트랙 모델을 적용해 고밀개발이 이뤄진다고 해도 이같은 주택유형이 수요자들의 니즈를 얼마나 충족시킬지도 의문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역세권 등에 한채라도 더 공급하면 가격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 경우 나홀로아파트이거나 제3의 주거형태가 될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역세권이나 준공업지역의 고밀개발은 실상은 한~두동 짜리 건물을 짓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상업지역이나 준공업지역에 들어서는 이런 주택은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들어서는 대단지 아파트와 비교해 인프라나 주거환경 면에서 좋을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중장기 도시계획에 따른 도시개발이 아니라 신속한 주택공급이나 주택수 확대 차원에서 진행된 고밀개발은 난개발로 흘러 도시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