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들의 삶의 터전으로 기대를 모은 신혼희망타운이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가까운 주요 입지에 들어서는 단지들은 경쟁률이 수십대 1에 달하는 반면 외곽 지역에서는 청약 미달 단지가 나오는 등 신혼부부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결국 신혼희망타운도 입지와 가격경쟁력 등 주거 상품으로써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공공주택을 중심으로 공급 확대를 선언한 가운데 신혼희망타운 청약 경쟁률이 보여준 이같은 메시지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수서‧위례 '흥행', 양주 미달…'여전히 될곳만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해 공급된 신혼희망타운 단지 중 공공분양주택 물량은 총 6954가구, 평균 청약 경쟁률은 8.15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입주자 모집공고를 통해 최근 청약을 마무리한 '위례자이 더 시티'는 평균 청약 경쟁률 58.1대 1로 지난해 공급된 단지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신혼희망타운 가운데 처음으로 민간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GS건설 자이)가 적용됐을 뿐 아니라 서울 강남과 인접한 택지지구인 위례신도시에 들어서는 입지적 장점이 최고 경쟁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과천 지식정보타운 내에 들어서는 신혼희망타운(S3‧S7블록) 두 단지도 평균 청약경쟁률이 각각 16.9대 1, 14.1대 1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경기 고양지축 신혼희망타운도 14.6대 1로 신혼부부들의 관심을 받았다.
위례와 과천 등에 들어서는 신혼희망타운은 모든 평형 총 분양가가 2억5000만원을 넘어(위례 6억6000만~8억원, 과천 5억5000만~6억원)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또 전매제한(10년)과 의무거주(5년) 등 여러 규제에도 묶여 있다.
그럼에도 다수의 신혼부부들이 청약 통장을 사용한 것은 입지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과천의 경우 작년 말 기준 평균 매매가격은 3.3㎡ 당 4614만원(부동산114) 수준인데 반해 신혼희망타운 3.3㎡ 당 평균 분양가는 2200만원 선으로 절반이다. 위례 신혼희망타운 역시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반값 수준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 단지를 제외하면 신혼희망타운에 대한 관심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두 자릿수 경쟁률 단지를 뺀 나머지 단지 평균 경쟁률은 2.2대 1에 불과하다. 경기도에 위치하지만 교통망이 부족하고 서울과의 거리도 먼 양주 회천은 0.9대 1의 경쟁률로 미달됐고, 평택과 수원 당수 지역 등도 신혼부부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방에서도 경남 창원명곡이 1.24대 1을, 대전 충남 아산탕정2는 0.68대 1로 미달됐다.
◇ 신혼희망타운 청약 양극화가 던진 메시지
이 같은 청약 양극화 문제는 신혼희망타운 공급 초기부터 지적됐다. 2018년 말과 2019년 초 분양했던 위례신도시와 서울 양원지구, 평택 고덕신도시 신혼희망타운 중 평택은 청약 미달됐다. 관련기사☞[주목! 신혼희망타운]下 청약 성적 '극과 극'…'희망 사라질라'
다른 두 단지는 분양가가 2억5000만원 이상으로 수익공유형 모기지 의무가입과 전매제한 등 각종 규제에도 인기를 끈 반면 규제에서 자유로웠던 평택은 신혼부부에게 외면 받았다. 도입 초기 나타났던 현상이 최근에도 이어지는 것으로, 여전히 양극화는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현실적으로 모든 신혼희망타운을 서울 강남 등 주요 입지에 공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입지적으로 수요가 낮은 지역이라면 지금보다 가격을 더 낮게 공급해 청약 미달 사태를 방지하는 게 신혼희망타운 본래 취지에 더 맞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혼희망타운 청약 양극화 현상은 공급 중심으로 방향을 선회한 현 정부의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급 숫자보다 입지는 물론 수요자들이 원하는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수익공유나 전매제한 등 여러 규제가 있음에도 위례나 과천 지식정보타운 등 입지가 좋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곳은 수요자들이 반응을 보였다"며 "공공형 분양상품도 입지나 가격 등 향후 자산가치 증대라는 목표에 맞게 상품성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수요자들의 절대적 선택 요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서울 도심 역세권 고밀개발 등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데, 여기에 아파트 등 수요자가 선호하는 주거 상품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좋은 입지에 상품성이 담보된 주택이라면 지분적립형 등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주택이어도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