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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외면하는 신혼희망타운…'집은 작고 이사도 못해'

  • 2021.11.04(목) 06:40

2차 사전청약 해당지역 경쟁률 2대 1에 불과
선호도 낮은 소형에 거주의무 등 규제도 부담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희망타운이 정작 신혼부부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2차 사전청약 신혼희망타운 해당지역 접수 마감 결과, 일부 지역에선 신청자를 채우지 못하는 등 경쟁률이 공공분양과 1차 사전청약 신혼희망타운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거주 선호도가 떨어지는 전용 60㎡ 이하 소형 평형으로 공급하고, 수익공유형 모기지 의무가입과 전매제한 등 규제로 묶여있는 점도 부담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신혼부부들에게는 대부분 신청 기회가 없고, 당장 신혼집을 마련해야 하는 신혼부부들에게 실입주까지 적어도 4~5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신혼희망타운은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신혼희망타운 경쟁률 2.3대 1…의왕월암은 미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2차 사전청약 신혼희망타운 해당지역 접수 마감 결과 평균 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번 2차 사전청약에선 총1만100가구가 공급되는데 이 중 신혼희망타운이 40.8%인 4126가구를 차지한다.

하지만 해당지역 접수에선 9498명이 신혼희망타운을 신청, 1만명도 채우지 못했다. 공공분양 특별공급 신청자가 4만1857명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공급 물량에 비해 신청자가 적은 게 사실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1차 사전청약 신혼희망타운에 비해서도 경쟁률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 8월 진행된 1차 사전청약(최종)에선 위례지구와 (38.7대 1, 해당지역)와 인천계양(12.8대 1, 수도권거주자 접수 포함)에서 공급된 신혼희망타운이 높은 경쟁률을 보이면서 평균 13.7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에도 공공분양에 비해서는 낮았다.

2차에선 공급지구별로 보면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좋은 성남 복정2지구와 낙생지구 정도만 경쟁률이 센 편이다. 성남 낙생지구 전용 59㎡T(테라스형)가 13.9대 1롤 가장 높았고, 복정2지구 A1블록 전용56㎡T(테라스)가 6.1대 1로 뒤를 이었다. 그 외 부천원종과 군포 대야미는 배정물량을 겨우 채우는 수준이었다.

반면 의왕월암 지구는 공급물량에 비해 신청자가 적어 미달이 됐다. 의왕월암은 대규모 택지지구가 아니라 해당지역 거주자에게 100% 물량이 우선공급 되는데, 신청자가 적어 기타지역(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거주자)에도 기회가 생겼다. 

'자녀 낳고 살아야 하는데' 집 너무 작다

신혼희망타운은 신혼부부를 비롯한 젊은 층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우선 부여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만든 주거상품이다.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사전청약에서도 공공분양 특별공급(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비롯해 신혼희망타운 물량을 상당수 포함하며 가파른 집값 상승에 내 집 마련 부담이 커진 신혼부부 등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신혼부부들은 신혼희망타운을 통해 내집마련을 꿈꾸기 어려운 형편이다. 1차 사전청약에서도 공공분양(28.1대 1)에 비해 신혼희망타운 경쟁률(13.7대 1)이 낮았던 만큼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신혼희망타운을 노려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조언도 있었지만 입지가 아주 좋은 지역을 제외하면 신혼부부들의 관심도는 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신혼희망타운은 전용 60㎡ 이하의 중소형 평형으로만 공급된다는 점에서 불만이 크다. 실제 1차는 물론 2차 사전청약에서도 전용 84㎡ 등 중형 평형 경쟁률이 압도적으로 높았을 뿐 아니라 신혼희망타운 중에서도 전용 55㎡보다 59㎡의 경쟁률이 더 높다. 신혼부부들 역시 조금이라도 더 큰 평형을 원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신혼부부 기준을 혼인 7년 이내로 낮추고, 만 6세 이하 자녀를 둔 신혼부부에게도 신혼희망타운 기회를 부여하는 등 대상을 넓힌 만큼 이에 맞게 공급 평형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득과 자산요건 등 신청자격 기준이 까다롭고, 수익공유형 모기지 의무가입을 통해 향후 시세차익을 정부와 공유해야 하는 등의 규제도 부담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소형 평형이라 자녀 출산 등 가족 구성원이 늘어났을 때 거주 여건이 좋지 않은데 전매제한이나 거주의무 등도 부담"이라며 "시세차익을 공유해야 하는 수익공유형 모기지에 대한 거부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청약을 통해 공급된 신혼희망타운은 일러야 4~5년 후에나 입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혼부부를 망설이게 한다. 게다가 신혼희망타운 공급지역의 투기과열지구 지정 여부와 주변 시세대비 분양가에 따라 전매제한은 최대 10년, 거주의무기간도 최대 5년이 주어진다. 

젊은 세대인 만큼 자녀를 낳거나 직장 등을 이유로 거처를 옮겨야 할 가능성 또한 높은데 수년간 발이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전청약 신혼희망타운 대다수는 해당지역 거주자에게 100% 우선 공급이라 서울 등 기타 수도권에 거주하는 신혼부부는 기회가 없다(의왕월암처럼 미달 시에만 가능)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 결혼해 서울에 거주하는 신혼부부 A씨는 "서울에 공급되는 신혼희망타운은 경쟁이 치열해 당첨이 쉽지 않아 사전청약을 알아봤지만 신청할 수 있는 지역이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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