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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전월세금지법'이 있다고요?

  • 2020.12.22(화) 12:07

내년 2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의무 실거주'…전·월세 불가
전세난에 새아파트 전세공급 차단·수분양자 현금마련 '허덕'

최근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전월세금지법'이 괴담처럼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런 법안명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요. 내년 2월부터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선 분양받은 아파트를 임차할 수 없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일부를 이와 같이 칭한거죠.

애초 올해 5월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으로 지난달부터 입법예고 중인 법안인데요.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내집이 내집이 아냐…'의무거주기간'에 되팔때는 'LH'에

전월세금지법이라 일컫는 법은 지난 8월 공포한 '주택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중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에 입주자 '거주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입니다.

거주 의무기간은 공공택지의 경우 ▲분양가격이 인근 주택 시세의 80% 미만인 주택은 5년 ▲80~100% 미만인 주택은 3년이고요. 공공택지 외 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분양가격이 인근 주택 시세의 80% 미만은 3년 ▲80~100% 미만은 2년입니다.

그동안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공공분양주택은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3~5년의 거주의무가 부과됐는데요. 그 외 택지에서 공급하는 주택은 별도의 규정이 없어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 문제가 있었습니다.

국토부는 지난 5월 '2020 주거종합계획'을 통해 이같은 거주의무기간 적용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고요. 관련 법안은 8월18일 공포돼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2월19일부터 시행됩니다.

법이 시행되면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분양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부 수요자들의 반응은 싸늘한듯 합니다.

실거주 의무 기간엔 '내 집'이 내 집이 아닙니다.

의무 거주 기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법으로 정해진 '예외 사유'가 인정될 때 뿐입니다. ▲근무‧생업‧취학‧질병치료를 위해 해외 체류 또는 다른 주택건설지역에 거주 ▲혼인 또는 이혼으로 배우자의 거주 ▲주택의 특별공급을 받은 군인으로서 인사발령에 따라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등 뿐이죠.

예외 사유를 인정받았다고 해도 자유롭게 팔 수 없습니다. 전매제한 기간에는 무조건 LH에 주택을 팔아야 하고요. 가격도 보유기간에 따라 정해집니다. 오래 보유할수록 가격을 높게 받는 식으로요.

전매행위 제한의 예외사유 역시 ▲세대원이 근무 또는 생업상의 사정이나 질병치료‧취학‧결혼으로 인해 세대원 전원이 수도권 외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경우 ▲실직‧파산‧신용불량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한 경우 등 매매가 불가피한 경우만 해당됩니다. 

이런 예외 사유가 없는데도 거주 의무기간을 위반할 경우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게 됩니다.  

◇ 가뜩이나 전세 없는데, 새아파트 전세공급 막혀

가장 문제로 꼽히는 부분은 '임차'가 안 된다는 건데요.

의무 거주기간에는 특정 예외 사유가 아니고서는 무조건 실거주 해야 되기 때문에 타인에게 전‧월세를 주는 것도 안됩니다.

청약 당첨자들은 계약금과 중도금(대출 불가 부분) 정도만 현금으로 마련하고 잔금은 전·월세 보증금으로 메우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내년 2월부터는 무조건 수분양자가 의무 거주를 해야 하니 현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8억5834만원으로 9억원에 육박하고요. 상한제를 적용받는다고 해도 땅값이 오르면서 분양가도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강남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HUG의 규제 하에선 3.3㎡(1평)당 5000만원을 넘을 수 없었지만 최근 택지비로 평당 4200만원을 승인받으면서 평당 분양가가 5200만~5400만원까지 예상되고 있거든요. 내년 2월에 공시지가가 한 차례 더 오르면 분양가가 되레 높아지는 단지들이 속속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집잇슈]'래미안원베일리' 분양가가 던지는 메시지

이런 상황에 임차를 주는 방법을 쓸 수 없다면 결국 '현금 부자'들만 청약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전세난'과 맞물리면서 걱정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발표된 법안이 최근에 와서 '전월세금지법'이라고 불리며 논란이 커진 이유는 현재의 전세시장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요.

이 법안이 처음 발표된 지난 5월만 해도 전세난이 심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6월부터 임대차3법 추진이 본격화하고 7월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가 국회를 통과해 같은 달 31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전세난이 심각해졌는데요. 결국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77주 연속 상승(한국감정원 통계)하며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기간이 생기면서 3~5년은 임대 매물이 묶이는 셈입니다. 가뜩이나 전세매물이 없어 전세물량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인데 새아파트를 지어도 전세 물량이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된 겁니다. 

이처럼 임차인 입장에선 새아파트 거주가 어려워지고요. 이외에도 사유재산의 공적 재산화, 내집마련 주거사다리 소멸, 공급지연으로 인한 공급 부족 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다만 내년 2월19일부터 분양하는 주택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당장 전세난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거주의무기간 대상 주택) 물량이 얼마나 될 지 어느 지역에서 많이 나타날지 아직 모르지만 국지적인 영향 정도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만 해당 규제의 확산, 전세난 우려 등의 불안심리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주택자가 없으면 임대 물량도 없어지기 때문에 법안의 유예기간을 더 주거나 실거주를 안할 경우 세금을 더 받는 식으로 임대로 공급할 수 있는 물꼬를 터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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