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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양치기 소년'된 부동산 수장들

  • 2021.07.27(화) 16:06

반복된 정책실패, 자화자찬 등으로 신뢰 바닥
한은의 자산버블 경고도 시장에 안먹혀

부동산 정책 수장들의 발언이 연일 부동산 업계에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들의 말 한마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지난 21일 열린 2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임대차3법을 두고 "임차인 다수가 제도시행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며 자화자찬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서울 100대 아파트의 임대차 갱신율이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전에는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57.2%)에서 시행 후에는 10채중 약 8채(77.7%)가 갱신되고, 이로 인해 임차인 평균 거주기간도 3.5년에서 5년으로 늘어나 주거 안정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게 홍 부총리의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딴판이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거주기간을 보장받은 세입자들은 혜택을 본 게 사실이다.

문제는 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세입자(계약만료 등)들은 전세 품귀현상에 전셋집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신규 계약시에는 전셋값도 크게 올라 가격 부담도 커졌다.

이는 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들도 다르지 않다. 2+2년 계약 만료 후 신규 계약 때는 이들도 급등한 전셋값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관련기사: 임대차3법 '자화자찬'…또 2년 후엔 어떡하나요(7월21일)

홍 부총리가 강조한 부동산거래 허위신고 기획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홍남기 부총리는 "실거래가 띄우기 실제 사례들을 최초로 적발했다"며 "부동산 시장 4대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연중 상시로 감시하고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위신고로 실거래가를 띄워 차익을 본 행위는 엄벌하는 게 마땅하고,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인 만큼 강력한 단속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다만 이같은 교란행위가 최근의 집값 상승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제 지난해 2월21일부터(계약 해제시 해제신고 의무화 적용 시점) 연말까지 이뤄진 아파트 거래 71만여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자전거래‧허위신고로 의심되는 사례는 12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남양주와 청주, 창원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서울 등 집값 불안이 계속되는 수도권과는 거리가 있다.
 
이같은 사례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작년 9월 열린 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는 서초구 반포자이와 송파구 잠실 리센츠,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3단지와 노원구 불암현대 등 특정 단지의 실거래가 사례를 들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 가격이 조정돼 거래된 사례만을 언급한 것이다. 당시 홍 부총리는 반포자이 전용 84㎡가 7월에는 28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게 8월에는 24억4000만원에 거래(18일)된 바 있다고 말했는데, 하루 앞선 8월17일에는 28억에 거래된 경우도 있었다. 한 달 뒤인 9월에는 29억원에 거래돼 가격은 다시 상승했다.

최근 홍 부총리와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속적으로 자산버블을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저금리 등 정책이 장기화돼 유동성이 지나치게 풍부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 집값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주장의 근거는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실물경제가 감당 가능한 수준을 상회하는 주택가격 상승은 대내외 충격에 따른 급락 위험을 증대시켜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과거 2000년대 중후반 부동산 시장은 과열됐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 초반 들어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하우스푸어가 사회적 문제가 됐던 경험이 있다. 이런 이유로 한은 분석을 간과할 수 없고 자산버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시장에서 정책 수장들의 발언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과 동떨어진 발언들과 반복되는 정책 실패로 부동산 정책 수장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영끌을 해서라도 내 집 마련을 시도하고 있고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집값 상승을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 부총리와 노형욱 장관의 경고처럼 2~3년 후 자산버블이 터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요동친다면 지금 무리해서 집을 산 사람들은 경제적 타격이 크다. 특히 부동산 가격 급락은 내수경기 위축과 생산성 저하 등 국가 경제에 치명적이다. 계속되는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 입맛에 맞는 사례만 선택해 강조하는 정책 수장의 발언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반복되는 거짓말로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모두의 외면을 받았던 양치기 소년.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기 위한 정책 수장들의 신중한 발언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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