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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땐 '금리인상' 집값 못잡았는데…이번엔 잡힐까

  • 2021.12.06(월) 06:40

집값 상승세 막기 어려웠던 과거 금리 인상기
고점부담·대출규제로 '안정' 전망도…'공급'이 변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로 인상, 20개월 만에 1%대 금리로 돌아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 정상화'를 강조한 만큼 향후 추가인상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이같은 금리 상승 기조가 집값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수요자들이 집을 사는데도 부담이 커진다. 이 때문에 금리인상은 집값 하방압력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약 15년전인 참여정부 시절 금리 인상기엔 집값이 계속 올랐던 경험이 있어 현 시점에서 금리인상 만으로 집값 하향 안정화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과거와 달리 유례없는 집값 상승이 이어졌고 대출규제도 강화되면서 금리인상이 집값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시각도 팽배하다.

기준금리 상승기조에도 안 잡힌 집값

2003년 참여정부는 임기 초반 카드대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경기가 위축되자 기준금리를 연초 4.25%에서 연말에는 3.75%로 낮췄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낮아진 금리는 부동산시장을 자극했다. 외환위기 이후 떨어진 집값에 저금리 기조가 더해지면서 주택수요가 빠르게 증가했고 금융기관들도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강화했다. 이 영향으로 집값이 크게 뛰었다. KB리브부동산에 따르면 2003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10.18%를 기록했다.

2003년 10·29 대책을 통해 도입한 종합부동산세 등의 영향으로 2004년에는 집값이 잠시 잡히기도 했지만 이듬해인 2005년에는 상승률이 9.08%로 확대됐다. 이후에도 정부는 양도소득세 강화와 개발이익 환수제, 재건축규제 강화 등 각종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으나 결과적으로 집값을 잡지 못했다. 

여러 규제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자 정부는 부동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2004년 11월 3.25%로 낮춘채 동결됐던 기준금리를 △2005년 10월 3.5%로 △연말에는 3.75%로 올렸고 △2006년에는 4.5%까지 인상했다. 하지만 금리인상도 집값을 안정시키지는 못했다. 2006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24.11%로 상승폭을 더욱 키웠다.

금리 인상과 각종규제로도 잡히지 않았던 집값은 결국 2007년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향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가 결정타가 됐고 참여정부 시절 발표했던 2기 신도시 등 주택공급 정책이 영향을 줬다.

참여정부때와 닮았지만 다른점

참여정부 시절 금리 인상기와 최근 상황은 많이 닮았다. 이명박 정부때도 2009년 기준금리가 저점을 찍은 후 인상기조를 보인 때가 있었지만 당시엔 이미 집값이 대세하락에 접어든 후였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인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 투기과열지구 확대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재시행 등 수요를 억제하는 규제를 가했다. 이후에도 2018년 9·13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인상하는 등 규제를 이어갔다. 이 기간 기준금리도 인상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하지만 집값은 오히려 올랐다. 수요 억제 중심의 규제는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와 똘똘한 한채 현상 등을 야기하며 시장을 자극했다. 2017년 5.28% 상승률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듬해인 2018년에는 13.56%로 상승폭을 키웠다.

이후 2019년들어선 집값이 일시적으로 주춤하는가했지만 하반기 서울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에서 집값이 크게 올랐다.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한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나며 집값이 큰폭으로 상승했다.

당시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는 0.5%까지 낮아졌고 풍부해진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3.06%로 상승폭을 키웠다. 

이 같은 흐름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다 최근 대출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금리상승 기조가 예상되고 있다.

집값 상승을 세금, 대출 등 각종 규제로 압박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모습까지 참여정부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당시엔 금리 인상으로 집값을 잡지 못했고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규모 공급 등이 맞물리며 집값이 떨어졌다.

이번엔 금리 인상이 집값 잡을까

이번엔 어떨까. 과거와 현재 부동산시장 여건이 달라진 만큼 금리인상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여기는 시각도 우세하다. 

집값이 7년간 유례없는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가격 부담감이 커진 상태다. 대출규제 등으로 인해 내 집 마련 수요가 주택시장에 진입하기도 쉽지 않아졌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과거에는 외환위기 이후 떨어졌던 집값이 오르는 시점이어서 금리가 집값 상승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최근엔 7~8년 정도 집값이 상승해 고점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각종 규제도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유석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금융부동산행정과 교수는 "금리만 갖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최근 급격히 오른 집값에 대한 저항감과 강화된 대출규제로 인해 매수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맥락에서 보면 금리 인상이 시장 안정과 매매가격의 하락을 주도하진 못해도 충분한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영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지금은 금리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대출에 대한 규제도 이전보다 더 강하고 집값 자체도 임계점에 온 상황"이라며 "전적으로 금리 때문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부담이 돼 집값이 정체되거나 서서히 하강할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리 변수를 무시할 순 없지만 최근 강력해진 대출규제로 인해 금리와의 상관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급량을 늘리지 않은채 금리 인상 등 규제만 늘려 나가는 것으로는 집값을 안정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 집값을 떨어트리는데 2기 신도시 등의 대규모 공급이 큰 몫을 했는데 현재 주택공급 부족이 단기에 해소될 수 없다는 점에선 금리 인상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시각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출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으면 금리의 영향을 받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으로 금리가 올라도 가격이 안정되진 않을 것"이라며 "집값은 공급으로 잡아야 하는데 규제로 잡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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