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인천 부동산시장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호재에 대한 기대가 이어졌고, 수요가 꾸준한 신축 아파트 대단지들이 집값을 견인했다. 이들 아파트 매매가격의 매서운 상승세는 인근 노후 주거 단지까지 이어져 인천 집값이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다.
하지만 2022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전문가들은 가격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큰 데다 2022년 입주물량이 전년의 두배를 넘어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GTX 등에… 인천 집값, 전국서 제일 뜨거웠다
2021년 인천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1년 11월 기준 인천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년 12월보다 31.47%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은 19.43%였으며, 서울은 15.86%였다.
교통 호재 덕을 톡톡히 봤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이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이후 정차역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급격히 올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노선은 인천 송도에서 남양주 마석까지 82.7㎞를 연결하는 것으로, 개통되면 송도에서 서울역까지 20분 안에 도달한다.
연수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실거주자들은 연수구, 특히 신축 대단지가 밀집한 송도동 쪽 매물을 선호해 가격이 많이 올랐고 투자자들은 인근의 저렴한 구축 단지에도 관심을 보였다"며 "GTX-B나 제2경인선, 월판선, 수인분당선 등 꾸준한 교통 호재에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인천 대장주로 꼽히는 송도동 '송도더샵퍼스트월드' 등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더샵퍼스트월드 전용면적 125.867㎡는 2021년 1월 9억원(19층)에 팔렸는데, 10월에는 15억원(44층)에 거래됐다. 매매가격이 9개월 만에 67% 올랐다.
더샵퍼스트월드 인근의 구축 아파트인 옥련동 현대 5차(1997년 준공)도 매매가격이 42% 올랐다.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84.6㎡는 1월 2억9500만원(17층)에 팔렸지만, 9월에는 4억7500만원(7층)에 거래됐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은 수도권 지역에서 GTX는 교통 혁명급의 호재"라며 "인천의 집값 상승은 이 같은 요인이 많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너무 올랐나? "2022년 하락" 전망 다수
이같은 급상승 추세가 2022년에도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집값 고점'과 '공급 과잉'을 경고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가 계속해서 공급되고 있는 탓에 기존 수요를 상당 부분 충족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내년 인천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2배 이상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인천 입주 물량은 4만116가구다. 전년(2021년) 입주 물량은 1만5486가구였다. 부평구에 1560가구 규모 '부평SKVIEW 해모로'가 입주 예정이고, 서구에는 '루원시티1차SK리더스뷰', '검단신도시예미지트리플에듀' 등 총 3000가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인천은 올해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송도, 청라 등 급격히 가격이 올랐던 지역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인천 집값은 올해 전반적으로 주춤할 가능성이 크고, 일부 지역에서는 하락할 수 있다"며 "가격 상승을 견인했던 GTX 호재도 이미 집값에 많이 반영된 상황에서 추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간 연구기관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보탰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연말 발표한 '2022년 주택시장 전망'에서 인천, 대구 등 일부 공급 과잉지역과 '영끌' 추격매수로 인한 단기급등지역은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인천은 지난 2019년부터 주택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다. △2019년 7305가구 △2020년 5228가구 △2021년 7971가구 등 3년간 2만가구가 초과 공급된 것으로 추산했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2~3년간 초과공급이 누적된 인천이나 대구를 중심으로 가격 하방 압력이 보이고 있다"며 "이들 지역의 경우 2022년엔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수요자들도 고점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며 "집값이 당장 하락하지는 않더라도 올해처럼 급등하는 모습이 재현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