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에서 또다시 희비가 엇갈렸다. 연이어 저조한 청약 경쟁률을 보였던 인천 송도는 한 자릿수 경쟁률로 굳는 모습이다. 반면 서울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운 덕에 약 2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한 단지가 나왔다.
단지별로 온도 차가 커지자 수도권도 '중도금 무이자 대출', '계약금 정액제' 등과 같은 대책에 하나둘 동참하는 분위기다. 분양 때마다 완판 행진을 이끌었던 서울에서조차 콧대를 낮추고 분양가를 하향 조정했다.
'들쭉날쭉' 경쟁률… 희비 가른 '분양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22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는 평균 경쟁률 199.7대 1로 마감했다. 57가구를 모집하는데 1만1385명이 청약통장을 던졌다.
전용 59㎡ 경쟁률이 396.9대 1로 가장 높았고, 비교적 인기가 덜했던 전용 49㎡도 경쟁률이 65.1대 1에 달했다. 지난 21일 진행한 특별공급 청약도 49가구를 모집하는데 총 1만9273명이 신청했다.
이 단지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일대에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공급된다. 2개 동의 소규모 단지로 전용면적은 49~59㎡, 총 156가구가 입주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된 분양가가 수요자들의 호응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전용 49㎡ 5억4927만원 △전용 56㎡ 6억3342만원 △전용 59㎡ 6억7100만원이었다.
인근 '아크로타워스퀘어' 전용 59㎡가 지난해 9월 13억원(5층)에 거래되고, 현재 14억7000만~16억원에 호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 분양가는 시세의 '반값' 수준이다.
반면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는 평균 청약 경쟁률이 4.7대 1에 그쳤다. 지난 8일 평균 4.2대 1로 1순위 청약을 마감한 '송도 럭스 오션 SK뷰'와 마찬가지로 2순위 청약까지 진행하게 됐다. 8개 주택형 중 5개 형이 2순위 청약 대상이다. ▷관련기사: '분양 한파'…뜨겁던 송도 '오션뷰'아파트도 못 피했다(2월8일)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아 분양가가 비싸다는 인식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전용 84㎡ 분양가는 최고 8억9900만원에 이른다. 주변 단지들이 연달아 분양에 나서며 수요가 분산된 점도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은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은 작년 집값이 많이 오르면서 수요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분양시장도 이런 영향을 받아 가수요가 빠졌고, 청약 경쟁률이 낮아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계약금 낮추고 분양가 조정…서울도 예외 아냐
분양시장이 냉랭해지자 신규 분양 단지들은 금융 혜택을 통해 인기 회복을 꾀하고 있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이 대표적이다.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이자에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23일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인천 연수구 'KTX송도역 서해그랑블 더 파크'는 무이자로 중도금 융자를 알선해 준다. 이 단지는 투기과열지구 내 공급하는 주택으로 분양가의 40%까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다.
초기 자본을 마련하기 어려운 수요자들에게는 '계약금 정액제' 전략을 내놨다. 통상 분양가의 10~20%인 계약금 중 일부만 계약 시 지불하고, 나머지 금액은 이후에 추가로 납입하는 방식이다.
경남 통영시에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통영'은 '1000만원'을, 경기 평택시 '평택화양 휴먼빌 퍼스트시티'는 '2000만원'을 각각 1차 계약금으로 공고했다. 전용 84㎡ 기준으로 보면 각각 계약금의 25%, 50% 수준이다.
지난 22일 평균 청약 경쟁률 117.2대 1로 마감한 경북 '포항자이 디오션'은 1차 계약금을 1000만원으로 설정하고, 중도금 전액에 대해 무이자 대출을 약속했다. 발코니 확장까지 무상 제공했다.
서울에선 분양가 재산정 단지도 나왔다. 강북구에서 후분양으로 공급하는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기존 모집공고를 취소하고 분양가를 재산정해 다시 공고를 냈다.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이 단지는 지난 1월 첫 공고 당시 분양가가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용 18~26㎡ 등 소형 평수의 분양가는 유지하고, 전용 56㎡ 이상 물량의 가격을 소폭 조정했다. 전용 59㎡의 경우 평형별로 분양가를 300만원 가량 낮췄다. 다만 최고가는 기존 8억9140만원에서 9억2490만원으로 올려 사업성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집값이 정체한 가운데 향후 금리가 추가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있어 청약에 당첨돼도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결국 분양 옥석가리기가 심화하면서 수요가 탄탄한 서울, 수도권이라도 단지별로 호응도가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