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청포족(청약 포기족)이 아파트 청약시장에 돌아올까. 문재인 정부는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을 위해 '청약가점제 100%'를 도입했고 가점이 낮은 청년세대들은 청약제도에서 밀려났다. 부랴부랴 마련한 구제책인 '1인 가구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당첨 가능성이 신기루에 가까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분양주택을 청약하고자 하는 2030 청년들을 위한 '소형평수 추첨제 신설' 공약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공급물량이 충분하다면 청포족들이 다시 '내 집 마련'을 꿈꿀 기회라고 내다봤다. 다만 분양가 합리화에 따라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이 큰 점은 여전히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평형' 전용84까지 추첨제 확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년을 위한 공약으로 '불합리한 청약제도 개선'을 공약했다. 수도권 공공택지와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 일반공급 시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에 별도의 선발제도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현재는 전용면적 85㎡ 이하 모든 주택에 대해 가점제를 100% 적용하고 있다. 이를 양분해 전용 60㎡ 이하 주택에 대해선 가점제 40%·추첨제 60%를 적용할 계획이다. 전용 60~85㎡ 주택도 가점제 비중을 70%로 줄인다.
2030세대와 신혼부부 등에 주거 상향 이동 및 자산축적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윤 당선인은 "가점제 비율이 75%에서 100%로 확대되며 무주택 2030 미혼 남녀와 신혼부부들은 청약 기회가 원천 봉쇄됐다"며 "불합리한 청약제도를 개선해 내 집 마련의 꿈을 되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조정대상지역 민영주택 가점제 적용 비율이 100%가 된 건 문재인 정부가 2017년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이후부터다. 일명 '8·2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의 전용 85㎡ 이하 민영주택 가점제 적용 비율을 기존 75%에서 100%로 상향했다.
무주택 실수요자에 신규 주택을 먼저 공급하겠다는 취지였지만, 2030 청년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짧은 만큼 가점으로는 당첨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탓에 청약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청포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작년 서울 청약 커트라인은 62.6점이다. 2019년 50.7점, 2020년 58.4점에 이어 청약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1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는 54점이다. 무주택 기간과 청약저축 가입 기간이 모두 15년을 넘어야 얻을 수 있는 점수다.
정부가 작년 말 1인 가구에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특별공급 청약 기회를 부여했지만, 당첨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난 1월 분양한 서울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 폴라리스'의 생애최초 특공 청약 경쟁률은 1506대 1이었다. 지난달 분양한 영등포구 영등포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 경쟁률은 2107대 1에 육박했다.
다만 전용면적 85㎡ 이상의 주택에는 청약 기회가 준다. 윤 당선인은 대형 주택 가점제 물량 비중을 기존 50%에서 80%로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무주택 상태로 장기간 청약 기회를 기다린 3~4인 가구에 대한 역차별을 막겠다는 취지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비교적 저렴한 공공 사전청약 주택 등의 공급으로 민간분양 청약 열기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추첨제 확대만으론 수요를 이끌기에 어려울 수 있다"며 "공급 물량을 확보해 제도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끌' 대출 지원…첫 내집 마련시 지원 팍팍
새 정부의 대출 완화 기조 역시 2030 청포족의 분양시장 재진입에 힘을 보탤 것이란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매할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80%까지 높이고, 3억원 한도(신혼부부 4억원)에서 3년간 저리 금융을 지원할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앞서 "주택가격이 폭등해 청년, 신혼부부들이 부모의 도움 없이 저축만으로 내 집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자산형성 기간이 짧은 청년, 신혼부부들은 금융지원이 필수"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이다. 이전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과는 정 반대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는 최근까지 이어진 대출 규제가 금리 인상과 맞물려 주택 거래 자체가 실종된 상황이다. ▷관련기사:사그라든 '영끌·빚투'…대선까지 아파트 거래 '절벽'(2월12일)
다만 분양가 부담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인은 '분양가 규제 운영 합리화'도 공약했다. 분양가 산정 기준인 토지비용과 건축비, 가산비를 현실화하겠다는 계획으로 이들 항목이 일제히 상승할 경우 분양가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들어 원자재가격 급등 등을 고려하면 분양가 상승 요인도 많아진 상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2030 청포족의 시점에서는 다시 청약에 도전할 기회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며 "중대형 추첨제 물량을 노렸던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들도 이제 중소형 주택 청약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추첨제가 확대되면 1주택자 역시 주거 이동에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입주 후 기존 주택을 6개월 이내 처분한다는 조건하에 중소형 물량에도 '갈아타기'를 시도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