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벌어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는 예견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애초 설계와 다르게 시공 방식을 임의로 바꿨던 데다가 건물에 쓰인 콘크리트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부실한 시공을 사전에 확인하고 차단해야 할 감리 작업 역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등 총체적인 부실로 인한 사고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법령이 정하는 최고 수준의 처벌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작업 용이성' 위해 설계 바꾸고 물 더 타고
국토교통부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1월 광주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사조위는 건축구조와 건축시공, 법률 등 분야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1월 12일부터 약 2개월 간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무단 구조 변경과 원자재 부실, 감리 소홀 등 총체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
먼저 붕괴가 처음 발생한 39층 바닥 시공 방법과 지지 방식을 애초 설계와 다르게 진행했다. 옥상층인 39층과 38층 사이에는 배관 등을 설치하는 별도의 층(PIT층)을 뒀다. 그런데 이 PIT 바닥 시공 방식을 작업의 용이성 등을 위해 임의로 바꾸면서 하중이 중앙으로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PIT층을 떠받쳐야 하는 가설지지대(동바리)를 마음대로 철거하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PIT층 바닥이 붕괴했고, 건물 하부 방향으로 연속 붕괴가 이어졌다.
김규용 사조위 위원장은 "시공 중인 고층 건물의 경우 최소 3개 층에 동바리를 설치해야 한다"며 "39층이 타설되는 시점에서는 제거가 되면 안 되는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작업의 편의성을 위해 제거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건물에 쓰인 콘크리트도 부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조위가 붕괴 건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를 시험한 결과 대다수가 설계 기준 강도의 85% 수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콘크리트 강도가 약하면 철근과 부착 저하를 유발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콘크리트 제조 및 타설 단계에서 추가적인 가수(加水)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를 만들면서 적당량 이상의 물을 탔다는 의미다.
사조위에 따르면 레미콘을 고층까지 끌어올리면 강한 점성 등으로 장비에 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이를 완화해 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물을 추가적으로 탔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사조위는 이밖에 애초 원자재의 품질이 불량했거나 콘크리트를 굳히는 양생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원인이 복합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부실시공 '관리'도 부실…국토부 "가장 엄중한 처벌"
이런 부실한 시공을 미리 확인하고 차단해야 할 '감리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사감리 시 관계전문기술자와의 업무협력을 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아 구조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또 감리자는 업무 기준과는 다른 검측 체크리스트를 사용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가벽'에 대한 구조 안전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은 "시공관리·감리기능 부실 등 총체적인 부실로 발생한 인재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사조위는 이번 조산 결과를 정리해 국토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후 국토부는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제재 방안과 재발방지 대책을 이달 중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영국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사건이 중하고 재발 우려도 큰 만큼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중한 처벌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