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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둔촌주공이 경매에 넘어간다면

  • 2022.06.08(수) 06:30

타워크레인 해체 예고에 8월 사업비대출 만기
최악의 시나리오 '경매'…조합원 '빈손' 될수
대주단·시공단은 원금 손해 가능성은 적어

둔촌주공의 공사 중단 사태가 길어질수록 최악의 시나리오인 '경매'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조합과 시공단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재건축 사업이 표류하다가 조합이 사업비 대출 등을 갚지 못해 결국 부지가 경매에 부쳐질 것이란 우려다. 

이 경우 대주단(대출금융사 단체)이나 시공사업단은 별다른 손해 없이 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조합원들은 새집은커녕 '빈 손'으로 쫒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경매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일반분양 일정이 미뤄져 주택 시장의 혼란도 커질 전망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경매 넘어간다고?' 설마설마 하는데…

'올림픽파크포레온'으로 재건축하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의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7일 예정이던 타워크레인 철거 일정을 '일단'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조합과 시공단은 공사비 증액 등을 두고 갈등을 겪다가 결국 4월15일부터 공사를 멈췄다. 이후 몇 번의 협상 테이블을 거친 뒤 서울시까지 가세해 중재안을 내놨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다시 안갯속에 빠져있다.▷관련기사:[집잇슈]서울시도 소용없는 '둔촌주공 사태', 언제쯤?(6월6일)

만약 시공단이 타워크레인을 빼면 '공사 중단' 사태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현재 둔촌주공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은 총 57대로, 해체 하는데 2~3개월 소요되고 재설치엔 6개월이 걸린다. 조합과 시공단이 합의한다고 해도 공사를 재개하는데 최소 9개월 이상 걸리는 셈이다.   

이 가운데 조합의 사업비 대출 만기(8월 말)가 다가오고 있어 조합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대출 규모가 약 7000억원으로 만약 만기 연장을 못하면 6100명에 달하는 둔촌주공 조합원이 1인당 1억2000만원 가량을 상환해야 한다. 조합이 상환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일부 조합원이 각출을 거부하면 상환이 어려워진다. 

사업비 전액 상환을 못하면 대주단은 연대보증을 선 시공단에 대위변제를 요청할 수 있다. 시공단은 대위변제 후 조합에 지금까지 들어간 공사비(1조7000억원)와 대위변제한 사업비에 각종 이자까지 더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둔촌주공 사업비 대출 채권(구상권)이 시공단에 넘어가면 재건축 사업장은 시공단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게 되는데, 이때 시공단은 사업장을 경매에 부칠 가능성이 높다. 이게 시장에서 거론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이자, 실제 성수동 '트리마제' 사례이기도 하다. 

대주단·시공단은 남는게 더 많다?

둔촌주공 부지가 경매에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

우선 대주단은 손해볼 일이 없다. NH농협은행을 비롯해 총 17곳으로 구성된 대주단은 2017년 둔촌주공 조합에 이주비대출 약 1조4000억원, 사업비대출 약 7000억원 등 총 2조1000억여원을 대출해줬다.

이들 대출의 금리는 연 3%대 후반으로 조합원들이 내는 연간 이자는 8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5년간 이자로만 최소 4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셈이다. 

빚을 떼일 위험도 사실상 '0'(제로) 수준이다.

사업비대출은 시공단이 연대보증해서 조합에 돈이 없어도 시공단으로부터 받으면(시공단은 둔촌주공 구상권 획득) 된다. 이주비대출은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부지를 담보로 대출했는데 선순위대출이라 사업부지가 경매로 넘어가도 제일 먼저 변제받는다. 

시공단도 낙찰을 가정하면 금전적인 손해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과거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감정평가 받은 자료에 따르면 둔촌주공 사업 부지의 감정가는 ㎡당 2020만원으로 전체 부지(62만6232㎡)는 약 12조65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경매에 부쳤을 때 '제 값'을 다 받긴 힘들어보인다. 공정률이 이미 50%를 넘어섰고 시공단이 공사비 1조7000억원에 대한 유치권 행사에 나선 상태라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둔촌주공 부지가 거듭 유찰되다가 결국 시공단이 낙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지역 지방법원은 1회 유찰 시 최저 경매가를 20% 차감한다. 시공단은 감정가보다 낮게 낙찰해서 공사를 완료한 뒤 전체 1만2032가구 중 임대주택(1046가구)을 제외한 조합원 분양 6210가구, 일반분양 4776가구를 일반분양으로 돌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땅 위에 건물이 있는 매물의 경우 건물이 없는 상태로 평가하거나 법정지상권 매물로 약 30% 저감해 평가한다"며 "두 개의 평가 금액 중 어떤 것을 감정가로 쓸 것인지는 법원의 몫이라 경매가가 무조건 싸게 나올 거라고 예단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매물이 좋아서 낙찰 희망자가 있을 순 있다"면서도 "다만 금융 대출을 받기도 어렵고 건설사들은 이미지 관리 등 때문에 경매 물건에 잘 안 들어가기 때문에 유찰되지 않을가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조합원 집 잃고, 청약자 분양 기회 잃고?

경매에서 가장 불리한 건 조합이다. 

둔촌주공 부지가 낙찰될 경우 이주비대출을 쥔 대주단이 1순위, 사업비대출 채권자인 시공단이 2순위로 돈을 받는다. 이 처럼 등기상의 권리자한테 배당을 하고 남은 게 있으면 소유자(조합원)한테 돌아가는 식이다. 이 돈을 조합원들에게 분배할 수는 있다.

청약 대기자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경매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일반분양 일정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만약 시장에서 예상한 시나리오처럼 시공단이 둔촌주공 부지를 낙찰받을 경우, 시공단 입장에선 분양을 앞당길 이유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고급화 등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있다.

공사 중단이 지속될수록 철근 부식 등 자재가 노출되는 시간도 늘어나 안전 문제도 염려된다. 

시공단 관계자는 "지난주에 서울시, 강동구청, 둔촌주공 조합 비대위 쪽에서 타워크레인 철거 연기를 요청해서 이번주에 크레인 업체들과 회의하기로 했다"며 "일단 이번주는 유지하고 다음주 중에 크레인 철수 시기 등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매 여부 등에 대해선 "그렇게까지 되길 바라지 않는다"며 협상의 여지를 보였다.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는 "구상권을 행사할 땐 법원에 소송 절차를 밟아서 판결문을 획득해야 하는데 1심 판결 선고만으로도 시공사는 조합 재산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소송과 경매 절차를 감안하면 적어도 2~3년은 걸리는 데다, 이제까지 이 정도 규모의 재건축사업이 경매에 부쳐진 적이 없기 때문에 실제 경매까지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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