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명운이 달렸던 '크레인 해체'가 7월 초로 잠정 연기되면서 조합원들이 한숨 돌리게 됐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갈등의 골을 좁혀 재건축 사업 정상화에 물꼬가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둔촌주공 재건축정비사업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9일 입장문을 통해 "7월 초까지 크레인 해체 논의를 연기하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공단은 "현장에 설치돼 있는 타워크레인은 파트너사의 계약기간 만료 등의 사유로 6월 중 해체하기 위해 5월부터 준비했다"며 "하지만 서울시에서 사업정상화를 위한 중재를 진행 중이고 강동구청, 조합의 정상화를 바라는 조합원들의 요청으로 연기를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단은 공사비 증액 등을 문제로 갈등하다가 지난 4월15일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예상보다 공사 중단 사태가 길어지자 서울시까지 나서 지난달 중재안을 내놨으나 시공단이 거부했다.
재건축 사업이 기약없이 늘어진 가운데 '타워크레인 해체 예고'가 사태의 심각성을 더했다. 타워크레인은 해체 작업에만 2~3개월이 소요되고 재설치 하는데 6개월이 걸린다. 타워크레인을 빼버리면 추후에 조합과 시공단이 협상을 타결한다고 해도 공사를 재개하는데만 9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더군다나 오는 8월 말 조합이 시공단의 보증을 받아 실행한 사업비 대출까지 만료될 예정이라 시공단과의 갈등 봉합이 시급한 상황이다.▷관련 기사:[집잇슈]둔촌주공이 경매에 넘어간다면(6월8일)
이 가운데 타워크레인 철거 일정이 연기되면서 두 달 가까이 공사가 중단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정상화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시공단은 "앞으로 서울시 중재와 조합의 진행상황을 검토해 이후 일정에 관한 협의와 그에 따른 결정을 할 예정"이라며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정상화를 통해 조합원들의 손실이 최소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둔촌주공 조합 비대위격인 '재건축 정상위원회'는 현 조합 집행부에 대한 해임 절차에 들어갔다. 시공단과의 갈등으로 공사 중단 사태가 장기화되자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정상위는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사재개와 조합 파산방지를 위해 현 집행부 해임 절차에 착수했다"며 "오는 8월 만기되는 사업비 대출 연장이 안 되면 사실상 조합파산 경매 우려가 현실화돼 더이상 인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상위는 전체 조합원 10분의 1의 해임 발의를 통해 총회를 소집하고 총회에서 전체 조합원 과반 참석과 참석 조합원의 과반 의결 절차를 거친다는 계획이다.
또 집행부 교체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와 별도로 시공사업단 측에 공사 재개와 조합 파산 방지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