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게임을 즐기신다면 익숙할 거예요. 게임 엔진을 적용했거든요. 빠르게 여러 아이템(옵션)을 자유롭게 골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만족해하고요.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집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좋아하시죠." (송영록 DL이앤씨 융합기술팀장)
새 아파트 청약을 신청하기 전에 주택전시관을 찾는 경우가 많다. 큰돈을 들여 살 집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견본주택에도 한계는 있다. 통상 분양 단지에는 여러 평형과 타입이 있게 마련인데 그중 1~2개만 구현한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게다가 여러 옵션을 적용하고 가구까지 배치해 놓기 때문에 실제 살아야 할 집은 머릿속으로 상상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가상현실(VR)은 이런 단점을 보완해 줄 대안으로 여겨진다. 눈으로 직접 보듯 내가 원하는 타입에 실제 선택하려는 옵션까지 마음껏 적용해볼 수 있다면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내 집을 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지난해 건설 업계 최초로 실시간 가상 시각화 솔루션인 '디버추얼(D.Virtual)'을 선보여 주목받은 바 있다. DL이앤씨가 이 프로그램을 자사 분양 단지에 두 번째로 적용한 'e편한세상 탕정 퍼스트드림' 주택전시관을 지난 10일 찾았다.
전시관 내 모형 주택, 체험 한계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e편한세상 탕정 퍼스트드림'은 전용면적 84㎡ 평형만을 총 14개 타입으로 공급한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전시관에 마련된 모형 주택은 84㎡ A타입과 E타입뿐이다. 남은 12개 타입을 선택하려는 경우 평면도만 확인해 분양 계약을 해야 하는 셈이다. 대부분의 분양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먼저 전시관 내에 마련한 84㎡ A타입에 들어가 봤다. 기존 사업장들의 모형 주택과 마찬가지로 발코니를 확장한 형태로 붙박이장과 팬트리 등 여러 옵션을 적용해 보여준다. 침대와 소파, 텔레비전, 식탁 등도 보기 좋게 꾸며 놓았다.
특히 84㎡ A타입의 경우 방이 4개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한 개의 방을 현관 팬트리와 주방 팬트리로 나눠 만들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방을 하나 더 놓기보다는 수납공간을 대폭 확대한 주택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수요자라면 여기서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차라리 방을 하나 더 둔다면 팬트리가 지나치게 작아져 수납 공간이 부족하지는 않을지. 과연 안방이나 작은 방에 붙박이장을 넣지 않으면 방이 얼마나 더 넓어 보일지. 혹은 거실 아트월이나 바닥재를 다르게 한다면 어떤 느낌일지 등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고민하게 된다.
가상현실로 붙박이장·팬트리 등 조합 결정
디버추얼은 이런 고민을 덜어준다. 이번에는 모형 주택에서 나와 디버추얼 체험존으로 향했다.
디버추얼을 실행하면 우선 화면을 움직이는 작동 버튼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W, A, S, D로 방향 조절을 할 수 있고, 쉬프트(shift) 버튼으로는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마우스로 시야를 이동하면 된다. 평소 PC로 게임을 한다면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버튼을 눌러가며 마우스를 움직이니 어렵지 않게 화면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이동'할 수 있었다. 가상 모형 주택에 들어서면 각 공간에 적용하는 옵션들이 점으로 표시된다. 이 중 하나를 클릭하면 다시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현관에서 '현관중문'이라고 쓰인 점을 클릭하면 여러 형태의 중문을 선택할 수 있다. 중문의 형태와 색깔뿐 아니라 유리 투명도도 현실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거실에 들어서니 거실 아트월과 바닥재, 조명을 각각 선택할 수 있었다. 또 거실에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도 넣었다 뺄 수도 있고, 소파나 침대 등 전시된 가구를 제거해 거실 전체 공간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앞서 실제 모형 주택을 체험하며 궁금했던 점들을 실행해봤다. 안방 붙박이장을 빼서 공간을 확인해보고, 이어 주방으로 이동해 팬트리를 좁게 만들어 살펴보기도 했다. 모형 주택에서 확인한 것처럼 방 하나를 터서 두 개의 팬트리로 나눴을 때 넓어지는 수납공간이 더 낫다는 느낌이다.
거실 아트월의 경우 빛이 반사되는 소재와 그렇지 않은 소재를 각각 적용해 구분할 수도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실제 모형주택에서는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자재 샘플만 보고 선택해야 하는데, 직접 적용해 비교해가며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디버추얼에서는 선택 가능한 옵션 상품이 30개 이상일 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조합은 100만개를 넘어선다. 그만큼 다양한 선택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오프라인의 한계를 디지털 기술로 보완해 시너지를 내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송영록 DL이앤씨 융합기술팀장은 "세대 내부 가변형 평면을 구현해보거나 현관 중문을 여닫아볼 수 있다는 점, 또 공간별 붙박이장 형태를 조합하고 내부 레이아웃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고객 만족도가 특히 높다"고 설명했다.
"계약자 20%, 디버추얼로 옵션 선택"
디버추얼은 기존 3차원 가상현실(VR)보다 더욱 고도화된 그래픽 기술을 실현했다는 게 DL이앤씨의 설명이다.
이를 개발하기 위해 영화나 게임 제작 등에 쓰이는 '물리기반렌더링(PBR)'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화했다. 이 기술은 사물을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현실의 물리 법칙에 기반을 둬 질감과 표면을 표현해주는 기술이다.
DL이앤씨는 디버추얼을 자체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20년 말 융합기술팀을 신설하고 이듬해부터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게임엔진 개발자와 3D모델링 디자이너 등 10명이 디버추얼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양주시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옥정 리더스가든'에 처음 적용했고, 올해는 e편한세상 탕정 퍼스트드림이 처음이다. 앞으로 아파트와 주상복합 등 DL이앤씨가 분양하는 공동주택 사업장 모두에 디버추얼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오피스텔의 경우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디버추얼 적용을 확대할 경우 소비자 만족도 제고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 등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모형주택을 무리하게 많이 지을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분양이 끝난 뒤 건축 폐기물을 줄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DL이앤씨가 견본주택을 방문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조사에 따르면 디버추얼을 확인해 주택 형태를 결정했다는 응답 비율이 전체의 19.8%로 나왔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디버추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주택 전시관의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선사하도록 할 것"이라며 "향후에는 실재하는 사물이나 시스템 등을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축해 분양뿐만 아니라 시공 및 품질관리 등 모든 단계에서 메타버스 솔루션을 활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