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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SK에코플랜트가 '폐기물 처리' 현장서 보여준 디지털 파워

  • 2023.04.03(월) 07:40

창간10주년기획 [DX인사이트]
웨이블, '배출-운반-폐기' 폐기물처리 디지털화
시간낭비·휴먼에러 줄이고 데이터 쌓이고
대기업이 나선다…"자원순환 1위 기업으로"

"해외 선진국도 폐기물을 싸게 버리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데이터 관리예요. 일단 정보가 있어야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 순환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죠. 그걸 웨이블이 합니다."(SK에코플랜트 웨이블팀 관계자)

'배출-수거-운반-폐기' 폐기물 처리 4개 단계를 거치는 동안 관계 업체들 사이에선 수많은 전화와 팩스, 신고가 오간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과정에서 '휴먼 에러'가 발생하고 또 다른 낭비가 생긴다. 

SK에코플랜트는 '웨이블'로 이 같은 문제를 해소했다. 폐기물 처리 전 과정을 디지털화해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 높인 결과 출시 5개월 만에 80개 이상의 가입 사업장을 확보하며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꿈꾸는 '글로벌 자원순환 1위 기업'의 발판이 될 웨이블 사용 현장에 직접 가봤다. 

지난달 22일 충남 당진 충청환경에너지의 한 운전 기사가 SK에코플랜트의 '웨이블' 앱을 실행해 폐기물 운반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사진=채신화 기자

"아직 팩스 쓰는 곳도.." '웨이블'은 클릭 한 번이면 OK

지난달 22일 오전 충남 당진에 위치한 충청환경에너지에서 만난 운전 기사가 스마트폰만 챙겨 트럭에 올라 탔다.

웨이블 앱을 실행하니 배출 장소, 폐기물 종류 등 배출운반 정보가 떴고 '운반 업무 시작' 버튼을 누르자 앱과 연동된 T맵이 배출처인 A제약회사로 길을 안내했다. 

전화나 문자 등 별도의 커뮤니케이션 없이 클릭 한 번으로 폐기물 처리가 시작된 셈이다. 

허동영 SK에코플랜트 웨이블팀 프로는 "기존엔 폐기물 배출을 신청하고 배차를 할 때 일일이 전화하거나 팩스를 보내면서 소통을 했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렸다"며 "웨이블로 디지털라이징 되면서 배차 효율이 150%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소요되던 시간의 절반이 줄어든 셈으로, 이 같은 효율성 제고가 웨이블의 가장 큰 장점이다. 폐기물을 배출하면 누가 언제 수거·운반해서 처리를 할 건지 등을 계약자 간에 정해야 하는데 이에 드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웨이블의 '스마트배차' 기능은 효율적인 배차가 가능하고 폐기물이 소각·매립장까지 제대로 운송되는지 경로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업장이 여러 곳인 기업은 전체 사업장의 폐기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대시보드'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운전 기사는 '웨이블' 앱을 통해 폐기물 상차 시, 계근 시, 하차 시 총 세 번의 촬영을 하면 시간 및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인계서가 자동 작성돼 별도의 수기 작성 없이 인계서를 제출할 수 있다. 사진은 계근기에서 출력한 계근표를 촬영하는 모습./사진=채신화 기자

폐기물 인계 및 처리를 신고할 때도 수기가 아닌 촬영으로 대체할 수 있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각 사업 주체자들은 작업이 끝난 뒤 2일(48시간) 이내 환경부의 '올바로'(폐기물적법처리시스템)에 전자인계서 입력을 마쳐야 한다.

정해진 시간을 넘기면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웨이블은 올바로 시스템과 연동해 '사진 촬영' 만으로도 자동으로 인계서를 작성하게 했다. 

운전기사가 웨이블 앱에서 △상차 시 △계근(화물차에 실린 짐의 무게를 잼) 시 △하차 시 총 세 번 사진 촬영을 하면 된다.

이날 동행한 운전기사 B씨는 "처음엔 앱이 손에 익지 않아서 낯설었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할 일이 훨씬 줄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일환 충청환경에너지(처분처) 선임도 "그동안 약속을 잡으려면 전화 등 연락을 여러 번 해야 했는데 웨이블에선 클릭만 하면 내역도 확인하고 올바로 시스템 인계서도 자동으로 해결돼서 편하다"고 말했다. 

'휴먼 에러'(human error·사람이 일으키는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허동영 프로는 "최대한 사람의 손을 안 타게 되면서 효율성과 함께 투명성도 높아졌고 휴먼 에러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특히 폐기물이 버려지는 시점, 인계되는 시점에 인계서가 자동 생성돼 신고 누락, 오입력, 부정입력 등의 우려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봤다. 

수거·운반한 폐기물을 소각장으로 옮기고(왼쪽), 운전 기사가 하차 사진을 찍고 있다.(오른쪽) /사진=채신화 기자

향후 웨이블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배차시스템이 고도화되면 운송 차량 대기 시간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단순 시간 절약에서 나아가 탄소 배출까지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웨이블이 가진 잠재력 중 하나다. 

허 프로는 "배출처나 처분처에 차량이 몰리면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데 공차에서 발생하는 탄소가 생각보다 많다"며 "웨이블을 활용하는 업체가 늘어나면 배출·처분 차량의 배차 시간, 도착 시간 등을 미리 알고 조정할 수 있어 대기 시간도 탄소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모아 향하는 곳은…'자원순환 1위 기업'

웨이블의 혁신은 안팎에서 호응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식 론칭한 뒤 올해 1월 '2023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고 출시 5개월 만에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등 80개 이상의 사업장이 가입해 웨이블을 쓰고 있다. 

다만 폐기물 산업의 3자 이해관계 모두 동의해야만 웨이블을 쓸 수 있는데 아직 디지털 활용을 꺼리는 곳이 많다는 점은 넘어야 할 산이다. 앱 사용이 낯설거나 단가 정보 등의 유출을 우려하는 경우 등이다. 

웨이블은 AI 기술로 폐기물 성상을 파악·분류해 자동으로 재활용, 소각 등 최적화 처리가 가능한 폐기물 처리 업체를 매칭해주는 기능을 개발 중이다. 재활용률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줄여주는 컨설팅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3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웨이블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사진=SK에코플랜트

허 프로는 "현재는 베이직 서비스(스마트 배차·대시보드)라 무료로 제공하는데 프리미엄 서비스를 론칭해 운영비 이상을 벌 생각"이라면서도 "그러나 웨이블은 수익 창출보다는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웨이블을 통해 먼저 폐기물 산업의 데이터부터 쌓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영세사업자 위주로 일궈져 투자 여력이 부족했던 폐기물 산업에 대기업이 나서면서 처리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동시에 그 정보를 수집하겠다는 것이다. 

허 프로는 "글로벌로 봐도 환경 사업자나 폐기물 사업자라고 할 수 있는 대형 플레이어가 거의 없고, 그러다 보니 데이터 확보도 안 돼 있는데 웨이블은 바로 거기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웨이스트(낭비)는 낮추고 순환률은 올리겠다'는 게 SK에코플랜트의 목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에너지 관리가 가능한 모든 자원들을 순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목표"라며 "전 세계 자원순환 1위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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