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와 역전세난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늘어나면서 '임대인 임대보증금 보증 의무가입'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보증보험은 임대인 부담으로 들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다. 현재 임대사업자만 임대보증금 보증가입이 의무지만 이를 전체 임대인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임대인이 임대보증금 보증 수수료를 임차인에게 전가하면서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하고 월세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은 일정 전세가율 이하의 주택은 제외하는 등의 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역전세난 대안될까?
원희룡 장관이 최근 '전세제도 개편 방안'에 대해 "보증보험은 임대인 부담으로 들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임대인의 임대보증금 가입 의무화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수수료를 내고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을 드는 형태다. 임대인의 경우 임대사업자에 한해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이 의무화됐으며 비사업자는 의무 가입자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 깡통전세·역전세난 등이 심화하면서 임대인이 의무적으로 임대보증금 보증에 가입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영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사업자든 아니든 같은 임대인인데 의무 여부가 다르다는 것은 평형성에 어긋난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모든 임대인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을 의무적으로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된 '에스크로 계좌'보다 현실성 있는 임차인 보호 방안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에스크로 계좌는 부동산 등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독립적인 제 3자가 대금을 맡아두는 것이다. ▷관련기사: 전세보증금 에스크로 계좌에?…이러다 전세 사라질라(5월22일)
이 교수는 "집주인의 입장에서도 전세금을 묶어두는 에스크로보다 보증보험 의무화가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며 "의무화가 된다면 HUG 측에서도 임대주택의 감정가액 평가 등에 대해서도 더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입자에 비용 전가할라…월세 가속화?
임대인의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을 의무화하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증 가입에 드는 수수료를 임차인에게 전가하면서 월세 가속화나 월세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은 "큰 틀에서 바라보면 임대인의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 의무화는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임대인의 (수수료) 비용이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 팀장은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 여력이 있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최근 상승하고 있는 월세 상승 폭이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 월세가격지수는 △지난 1월 0.13% △2월 0.11% 각각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상승 전환하며 △3월 0.06% △4월 0.17% △5월 0.50%로 상승 폭이 점차 확대하고 있다.
임대인 임대보증금 보증가입을 의무화하더라도 전세가율에 따른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등 적용을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없는 임대인에게까지 보증가입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가입 의무화를 시행하더라도 전세가율이 낮아 디폴트 가능성이 낮은 경우는 제외하는 방법이 나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 의무화는 깡통전세·역전세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깡통전세 원인은 '보증보험 미가입'이 아닌 '높은 전세가율'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보증보험은 전월세 시장의 핵심 안전장치로 볼 수 없다"며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전셋값에 대한 부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시장은 금리·월세·집주인의 상환능력 등이 함께 작용하는 시스템"이라며 "보증 쪽으로만 강조하는 것은 핵심을 벗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