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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 에스크로 계좌에?…이러다 전세 사라질라

  • 2023.05.22(월) 12:18

실효성 낮고 '전세의 월세화' 가속 우려
전세가율 제한·HUG 보증보험 의무화도 거론

최근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세보증금을 금융권에 묶어놓는 에스크로 계좌와 보증금 상한제 등이 대안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제도의 수명이 다한 것 같다"며 전세 제도 개편을 시사했고, 에스크로 계좌를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에스크로 계좌 실효성이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대인이 받은 전세금을 투자 목적 등으로 사용하는 현 상황에서 전세금을 묶어두는 방식을 반길 리 없다는 것이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다만 단기간 금융예치 등을 통해 '하루차 전세사기'는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울러 보증금 상한제 등을 통해 깡통전세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도 거론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국토교통부

"에스크로 계좌, 실효성 낮아…전세 월세화 가속"

원 장관은 최근 "전세제도가 그동안 해온 역할이 있지만 이제는 수명을 다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세금을 금융에 묶어놓는 에스크로 계좌 도입까지 얘기가 나온다"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올려놓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원희룡 "전세제도, 수명 다해 근본 검토…신고제는 1년 유예"(5월16일)

에스크로 계좌는 부동산 등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독립적인 제 3자가 대금 지급을 대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임대차 계약 기간 에스크로 계좌에 보증금을 보관함으로써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에스크로 계좌 실효성은 낮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통상 임대인은 전세금을 받아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에 에스크로 계좌를 활용할 경우 전세 임대를 내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에스크로 계좌를 전면 도입할 경우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영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에스크로 제도는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사용되는 제도"라며 "보증금 규모가 3개월 이내 임대료 정도 수준으로 월세 미납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월세 대신 전세금 이자를 임대료 개념으로 사용하지 않아 우리나라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면서 "(에스크로 제도를 활용할 경우) 임차로서의 전세 제도가 사라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에스크로 계좌 활용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비용 부담을 누가 할지 등에 있어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계좌에 돈을 맡기는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해 실질적으로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 미추홀구/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전세가율 제한·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하루차 전세사기' 등은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가령 임대차 계약 이후 몇주간이라도 보증금을 제 3자가 보관한다면 전세사기로부터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루차 전세사기는 전입신고 후 임대차계약서 확정일자를 받은 날 임대인이 변경되거나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발생할 수 있다. 가령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마친 당일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받으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임대차계약서 확정일자는 다음 날 0시부터 대항력이 발생하지만, 임대인의 변경이나 근저당권 설정은 당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면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과 같이 집주인이 사기 의도를 갖고 전입신고 당일 선순위 대출을 받는 경우에는 에스크로 계좌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임대인이 계약을 마친 후 등기부등본을 소지해 에스크로 계좌에서 돈을 찾게 제도화한다면 이러한 사기 위험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가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규제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개인과 개인의 계약은 사적 임대계약이라 규제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임대 사업자의 경우에는 전세가율을 규제하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깡통전세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전세가율을 50% 정도로 규제하고 나머지는 월세로 받도록 할 수 있다"며 "전세가율을 규제하는 경우 자기자본이 있어야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요소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인이 의무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을 가입하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수수료를 내고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을 드는 형태다. 하지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의무는 임대인에게 있는 만큼 해당 의무를 임대인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영 교수는 "현재 임대사업자의 경우에는 HUG 보증보험 의무가입이 법제화됐지만 비사업자는 의무 가입자가 아니다"면서 "HUG 보증보험 의무가입을 법제화한다면 HUG는 임대주택의 가격 평가에 대해서도 더 신경쓸 수밖에 없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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