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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전세 제거는 아냐"…원희룡 장관 말 바꾼 까닭

  • 2023.05.26(금) 07:10

'수명 다했다' 발언 논란에…"사회에 뿌리내린 제도" 물러서
전문가들 "대대적 개편 애초 비현실적…부작용 예방이 최선"

"전세가 해온 역할을 한꺼번에 무시하거나, 전세를 제거하려는 접근은 하지 않겠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결국 한발 물러섰다. 앞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세 제도가 수명을 다했다"고 언급한 뒤 논란이 확산하자 전면적인 개편보다는 점진적인 개선안을 찾겠다며 다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전세 제도를 정부가 나서서 단기간에 개혁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다만 전세 제도에 단점이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관련 기사: 전세보증금 에스크로 계좌에?…이러다 전세 사라질라(5월 22일)

국내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이 성급한 발언으로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원 장관이 갭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 등을 추가로 언급한 만큼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전세 폐지론' 불거지자…"제거는 아니다" 선 긋기

원 장관은 최근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전세처럼) 사회에 뿌리내린 제도가 생긴 데에는 참여자들의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행동의 뿌리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그러면서 "대출받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경우 여러 채를 살 수 없게 하는 방안이 있다"며 "이런 접근이 현실성 있는지는 따져봐야겠지만, 갭투자 규모가 무한하게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원 장관이 "전세 제도의 수명을 다했다"고 언급한 뒤 불거진 '전세제도 폐지론'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원 장관은 지난 16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전세사기와 역전세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런 언급을 했다. 특히 전세보증금을 제3기관에 예치하는 식의 에스크로 제도를 거론하며 모든 방안을 올려놓고 근본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원희룡 "전세제도, 수명 다해 근본 검토…신고제는 1년 유예"(5월 16일)

이후 시장에서는 전세제도 폐지론에 불이 붙으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원 장관 입에서 "수명을 다했다"는 언급이 나온 만큼 전면적인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특히 원 장관이 언급한 에스크로 제도가 실제 실행될 경우 사실상 전세 제도가 힘을 잃게 될 거라는 분석이 많았다.

"전세 선호는 지속할 것…문제점을 보완해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기간에 전세 제도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내 임대 시장에서 전세는 여전히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뒤바꾸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전세사기나 역전세 등으로 전세제도의 문제점이 부각하고 있지만,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선호할 만한 뚜렷한 장점도 있는 만큼 시장의 반발이 클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세 제도는 그간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로서의 긍정적인 기능이 분명히 있었다"며 "세입자 입장에서는 다달이 나가는 월세를 내지 않고 전세보증금 만으로 주거를 할 수 있었고,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 역시 주택 구매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았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전세가 빠르게 사라질 경우 집주인이 당장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실현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세입자들 입장에서도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면 전세는 아주 좋은 제도"라면서 "최근의 역전세 등으로 인해 보증금 반환이 문제가 된다면 이를 보완하는 방안을 찾아야지 전면적인 개편은 과한 이야기였다"고 비판했다.

원 장관이 전세제도의 점진적인 개선을 시사한 만큼 갭 투자 규제 등 현실적으로 실현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소장은 "무자본 갭투자 등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형태는 아니라도 본다"며 "전세가율이 높은 집 여러 채를 과하게 갭 투자로 소유하는 경우 등에 한 해 이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과연 과한 갭 투자를 몇 채로 할 것인지 등 세세한 기준을 세우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주택 개발 등을 통해 분양 사업을 하는 경우도 규제할 것인지 등을 일일이 구분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리한 갭 투자가 근절돼야 한다는 원 장관 발언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빌라 등에 대해 명확하게 가치를 책정해 향후 보증금 반환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여러 대책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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