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위치한 한 고급 오피스텔에서 하자 논란이 제기됐다. 일부 수분양자들은 건설사가 약속한 유럽 명품이 아닌 가품 내장재가 섞여 시공됐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었다. 시행사 A 업체와 시공을 맡은 건설업계 최상위권 업체 B사는 이 같은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최고 19층, 140실 규모의 해당 오피스텔은 2020년 분양했다. 수영장 등 편의시설은 물론 발렛파킹 등 컨시어지 서비스도 갖춘 '고급(하이엔드) 주거시설'을 표방하고 있다. 전용면적 3.3㎡(평)당 단가는 1억2800만~1억4700만원, 최고 분양가는 60억원에 육박한다. 분양 당시 유럽산 수입가구와 대리석 등 고급자재를 시공한다는 광고와 판촉이 이뤄졌다.
23일 이 오피스텔 복수 수분양자에 따르면 이곳은 지난해 12월 입주 예정이었으나 공사 지연으로 올해 1월 준공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달까지도 하자 등을 이유로 입주를 하지 못한 일부 가구에 대한 공사가 이뤄졌다.
19명의 수분양자들은 "동의 없는 설계 변경으로 분양 홍보와 전혀 다르게 시공됐다"며 시행사 A 업체 대표이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시행사의 행위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죄와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고소인들은 소장을 통해 "수입가구, 마감재 대신 저가의 자재 또는 가품을 섞어 사용하면서도 자재 변경이나 시공 변경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고소인 19명이 기재한 피해액(분양가액)은 총 307억110만원이다. 이들은 형사소송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민사소송도 준비 중이다.
수분양자 C씨는 "이태리 명품 가구를 설치한다고 홍보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저가 조립품으로 시공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입주지정기간이 지난 이달 초까지도 공사가 계속돼 입주 못한 가구가 태반이고 입주한 가구는 소음, 진동, 악취로 불편함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당초 지난해 12월이던 입주예정일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로 밀렸다. C씨에 따르면 1월 6~7일 입주사전점검에서 타일 파손, 가구 자재불량 문제가 다수 발견됐다. 입주마감일이 지난 이달 초까지도 공사가 진행되면서 출입금지 통보를 받은 가구가 수십곳이라는 주장이다.
일부 수분양자가 제기한 가품 의혹에 대해 시행사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하자 때문에 입주가 지연됐다는 지적에 대해 시공사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자재 수급 문제로 일정에 차질을 빚긴 했지만 '시공상 하자'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행사 A업체 관계자는 "모델하우스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스펙과 자재가 현장에 시공됐다. 약속과 다른 자재를 사용했다는 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수분양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했고 공식적으로 법적 대응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타일 파손 등 하자에 대해서는 "수분양자들이 빠른 시일 내에 입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하자보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자재 수급 등 시기가 원하는 것만큼 빨리 이뤄지지 않을 수 있어 양해를 구하고 적극적으로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분양광고가 부풀려졌다는 주관적인 판단은 할 수 있겠지만, 다른 자재를 사용했다는 악의적인 의혹 제기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하자 주장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수분양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도 했다.
시공사 B업체 관계자는 "경첩 등 자재 오반입에 따른 민원은 전수조사 후 시공완료했고, 유리창 균열 등 단순 하자는 자재 발주가 지연됨에 따라 이달 중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천장, 바닥 등 '시공상 하자'와는 무관하지만 입주지정기간 이후에도 모니터링하고 혹시 모를 민원에 대비해 점검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