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올해로 17년 차를 맞은 장기전세주택(SHift·시프트) 정책을 신혼부부를 위한 '시즌2'로 확대했다. 소득·자산요건을 충족하는 신혼부부에게 일단 10년 거주를 보장하고 아이를 낳으면 20년까지 살게 해준다. 20년 동안 3자녀 이상 출산했다면 살던 집을 시세보다 20% 저렴하게 매수할 수도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이나 송파구 잠실진주(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 인기 재건축 단지에서도 입주를 기대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번 정책을 통해 신혼부부 10쌍 중 1쌍의 주거 안정을 책임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출산율 제고 효과를 내기엔 공급물량이 부족하다는 점과 '역차별'에 대한 우려를 지적했다.
'월천' 버는 맞벌이도 장기전세
29일 서울시는 올해 7월부터 3년간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2'와 '신혼부부 안심주택' 등 공공주택 4396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의 '저출생 대응 신혼부부 주택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2026년부터는 공급물량을 연 4000가구로 늘린다. 한해 결혼하는 신혼부부(약 3만6000쌍) 10%의 주거 안정을 책임진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의 높은 집값은 신혼부부가 아이 낳을 결심을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저출생 극복을 위해선 주택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산층 신혼부부도 공공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임대주택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며 "아이를 낳으면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고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설되는 '장기전세주택2'엔 무자녀 신혼부부는 물론 예비부부도 최장 10년간 거주할 수 있다. 모집공고일 기준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 또는 6개월 이내 혼인신고 예정인 무주택 신혼부부가 입주 대상이다.
입주 후 아이를 1명 낳으면 거주기간이 20년까지 연장된다. 2자녀 이상 출산 시 우선매수청구권을 준다. 아이 2명을 낳으면 20년 후 살던 집을 시세보다 10% 저렴하게, 3명을 낳으면 20% 싸게 살 수 있게 해준다. 출산 인정 시점은 모집공고일 이후 입주 전까지 출산한 경우다.
소득기준도 완화했다.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 120% 이하(맞벌이 180%)가 대상이다. 전용면적 60㎡ 초과 주택은 150% 이하(맞벌이 200%)면 신청할 수 있다. 맞벌이인 무자녀 신혼부부의 합산소득이 월 974만원 이하면 작은 집, 1083만원 이하면 큰 집에 입주할 수 있는 셈이다.
자녀를 출산하면 소득이 늘더라도 '방 빼야 하는' 위험이 줄어든다. 재계약(2년단위) 시 적용되는 소득 기준이 20%포인트씩 완화되기 때문이다. 3자녀 이상 출산 시 60%포인트 완화된 소득기준을 적용받는다.
단, 자산기준은 유지된다. 부동산 2억1550만원 이하, 자동차 3708만원 이하다. 서울시는 맞벌이 가구에 대한 소득기준 완화와 자녀 출산 시 거주기간 연장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다.
둔촌주공 7월 공고…성뒤·구룡마을 재개발도
서울시는 재건축 기부채납과 역세권 매입을 통한 '매입형 장기전세주택'(1469가구)과 공공부지 활용 및 도시개발사업 등 공공건설물량을 통한 '건설형 장기전세주택'(927가구) 등 총 2396가구를 2026년까지 공급하겠다고 제시했다.
우선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은 300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7월중 모집공고를 시행한다. 이후 내년 상반기 △자양1구역(구의역롯데캐슬이스트폴) 177가구, 내년 하반기 △잠실미성크로바(잠실르엘) 76가구 △잠실진주(잠실래미안아이파크) 109가구 등을 선보인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재건축 기부채납으로 확보한 임대주택은 모두 장기전세주택이며 그 중 절반을 신혼부부 전용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 재개발 단지 중에선 내년 하반기 △위례A1-14블록 90가구 △마곡택시차고지 61가구, 2026년 상반기 △송파창의혁신 120가구, 2026년 하반기 △성뒤마을 175가구 △구룡마을 300가구 △장지차고지 154가구 △관악문화프라자 27가구가 나온다.
공공물량의 경우 입주 2년전(공정률 30~40%)에 입주대상자를 선정해 신혼부부의 주거부담을 조기에 해소할 계획이다.
입주자는 유자녀와 무자녀 가구를 구분하고 공급물량의 절반씩 배정해 선정한다. 자녀가 있는 가구엔 방 2개 이상의 넓은 평형을 우선 배정한다. 자녀 수 가점 없이 서울시 연속 거주기간과 무주택 기간, 청약저축 가입기간을 반영해 고점자를 선정하되 동점자는 추첨한다.
신혼안심주택도 우선매수청구권…역차별 우려
이밖에 서울시는 소득기준 70% 이하(맞벌이 90%)인 가구를 대상으로 '신혼부부 안심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임대 100%로 공급되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임대주택 70%를 신혼부부 전용으로 공급하고 분양주택 30%를 신혼부부에게 우선공급한다.
공공임대주택은 시세의 50%, 민간임대주택은 시세의 70~85% 수준으로 공급된다. 이 정책은 내년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2자녀 이상 출산한 가구에 대한 특화지원도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20년 거주 후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한다. 주택감정가 90% 이하(3자녀는 80%)로 매매할 수 있다. 민간임대주택은 10년 거주 후 우선양도권이 주어짐에 따라 시세에 따른 가격으로 사들일 수 있다.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취지는 좋으나 효과는 제한적일 거라 분석했다. 수혜 대상이 한정적이라 '역차별' 논란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 공급과 출산율 제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도리어 다 놓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정말 혜택이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의 김인만 소장은 "올해 계획물량이 300가구에 불과해 효과는 '언발에 오줌누기'에 그칠 것"이라며 "차라리 주택자금을 저리에 빌려주고 출산 시 이자를 감면해 주는 방식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봤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3년간 4396가구, 이후 연 4000가구 규모의 신혼부부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데에 총 8091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걸로 추산했다.
'장기전세주택2' 도입을 위해 이달중 국토교통부, SH공사 등 관계기관 협의와 법령개정을 마무리하고 7월 첫 입주자 모집공고에 나선다. '신혼부부 안심주택'은 7월까지 관련 조례 및 운영기준을 제정하고 인허가 등 본격 사업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