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가 속속 풀린 가운데, 아직 남아 있는 굵직한 규제의 향방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선 이들 규제가 제 기능을 못하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야기해 '폐지 및 완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다만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꿈틀대고 있어 규제를 손본다고 해도 폐지 보다 '일부 완화' 정도에 그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가뜩이나 공급 부족한데…'규제 풀어야'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재초환, 토허제, 임대차2법 등에 대한 규제 완화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공급 부족, 건설 경기 위축, 전셋값 불안 등이 이어져서다.
재초환은 정비사업 추진 동력을 떨어트리는 대표적인 규제로 꼽힌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인해 얻은 개발이익의 최대 50%를 환수하는 규제로, 집값 급등 조짐을 보였던 2018년 부활했다.
이 규제는 미실현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인 데다 '이중 과제' 문제로 논란이 됐다. 결국 올해 3월27일부터 면제 금액 등을 일부 완화해 적용키로 했다. 현재는 재건축 조합원 1인당 8000만원 이상의 개발 이익이 발생하면 재초환이 부과된다.
그러나 공사비 폭등으로 조합의 재건축 추가 분담금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초환까지 부과하면 사업 추진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주택 공급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재건축 추진 단지 중에선 재초환을 피하기 위해 일반분양 가구 수를 줄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아직까지 실제 재초환을 납부한 단지가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도 나온다. 아울러 최근 재건축 조합들이 정부의 '집값 통계 불신' 등을 이유로 지자체에 재건축 부담금 결정·부과 절차를 일시 중지할 것을 요청, 부담금 부과 절차도 중단 중이다.
토허제 역시 거래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토허제는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 예정 지역에서 투기가 성행하거나 급격히 땅값이 오르는 걸 막기 위해 도입된 규제다. 서울시의 경우 2020년 6월부터 지정해 아파트 거래에 대한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주거지역에서 6㎡를 초과하는 거래를 하려면 해당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실거주(2년 의무)만 가능해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이에 거래가 위축되고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리자 토허제 완화 기대감이 높았다.
서울시가 6월5일 '국제교류 복합지구' 및 인근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상정안에 대해 '보류'를 결정하면서 완화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도 '잠삼대청'(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의 토허제가 1년 더 연장됐다.
이 가운데 토허제 지역에서 신고가가 속출하자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면적 82㎡는 32억9000만원(8층)에 거래돼 직전 거래가보다 2억2000만원 더 올랐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중 유일하게 토허제로 지정되지 않은 서초구와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제 필요성 높지만…"일부 완화 정도"
임대차2법은 전셋값 불안을 야기한다는 오명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임대차2법은 지난 2020년 7월31일부터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상한제로, 벌써 도입 4년째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희망하는 경우 1회에 한해 2년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를 사용하면 임차인은 총 4년(2+2년) 간 거주가 보장된다. 갱신 때 임대료를 직전 계약액의 5%를 초과해 올릴 수 없게 하는 것이 전월세상한제의 핵심이다.
임차인의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해 주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매물이 신규로 시장에 나올 때 전셋값을 크게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드러났다. 임대인 입장에선 한 번 계약을 체결하면 4년간 임대료를 자유롭게 올리지 못하니 신규 계약 때 크게 올리려고 해서다.
가뜩이나 서울 아파튼 전셋값이 49주 연속(한국부동산원 통계)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매물이 나오면 가격 급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년 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총 15만3283건 가운데 갱신 요구권을 사용한 물량은 3만9533건으로 전체의 25.8%에 달한다. 4채 중 1채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셈이다.
주무부처 장관마저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 시장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최근 "임대차2법은 원상복구가 맞다는 게 제 개인과 국토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들 규제의 '해제'까지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최근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데다, 해제 시 더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일부 완화' 정도만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재초환은 이미 한 차례 완화했기 때문에 추가 개정 여지가 크지 않아 보인다"며 "토허제도 토지거래금지제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존속하는데 문제가 없고, 지금 부동산 시장 회복기라 더욱 풀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임대차2법은 이미 도입한지 4년이 지나 시장에 안착했다고 봐야 하는데 전면 폐지하면 또다른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전세사기, 역전세 등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완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봤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안정세로 보기 어렵고 공급도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 해제까지는 동력을 받기 어렵다"며 "토허제는 집값 안정 효과는 없지만 풀었을 때의 부작용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대차2법은 야당 반대가 심한 데다 폐지한다고 전셋값이 안정되긴 어려워 보인다"며 "재초환은 많게는 '억' 단위로 가는 세금이기 때문에 납부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워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허제는 오히려 지정 구역에서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고, 재초환은 금액이 과하다는 측면에서 일부 완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임대차2법은 장기적으로 봤을 땐 유지할 필요성이 있지만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서 일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