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소득세 부담을 점점 늘리는 방향으로 세금 제도가 개편된다. 월급에서 세금을 떼지 않던 각종 비과세 소득 항목을 과세로 전환하고, 면세자들도 세금을 일정 부분 부담하게 된다.
금융 용역이나 성인 학원비, 장례서비스 등에도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는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공청회에서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낮은 편이므로 어느 정도 증가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안 위원이 제시한 내용은 내달 초 기획재정부가 세제개편안과 함께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0.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4%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이다. 미국(18.3%), 일본(15.9%)보다 낮지만, 이들 국가는 오랜 기간 재정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안 위원은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중장기 조세정책에는 국민들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더 내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비과세 소득을 과세로 전환해 과세 기반을 확대하고,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범위도 늘리기로 했다.
금융과 의료용역, 학원 등 부가가치세 과세 범위를 확대하고, 개별소비세 과세대상 품목도 사치품 위주로 개편한다. 유류 세금의 경우 개별소비세와 교통세, 교육세 등의 복잡한 구조를 단순하게 바꾸는 방안도 나왔다.
재산 관련 세금은 '보유과세 증대, 거래과세 완화' 정책을 추진하는데, 우선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각종 감면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는 부담을 현실화하면서 지방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법인세와 상속·증여세는 기업의 투자와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세부담을 다소 낮추기로 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원 배분을 위해 국세와 지방세 항목을 조정하고, 기본 관세율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안 위원은 "새 정부는 다양한 복지제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수입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볼 때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 부가가치세 수입을 늘리고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