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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통계]④ 세수 역전의 승부수

  • 2013.10.23(수) 16:35

올해 최악의 부진 상황…부가세 걷는 10월 고비
내년 이후 더 걱정…중기 전망 수정 불가피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황영조는 결승선 3km를 남기고 승부수를 던졌다.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던 그는 해발 213m의 몬주익 언덕 내리막길에서 스퍼트를 냈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8만 관중의 기립박수 속에 올림픽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몬주익의 영웅이 탄생하던 순간이었다.

 

당시 족저근막염으로 발바닥에 심각한 통증을 앓고 있던 그는 투혼을 불사르는 악전고투 끝에 56년만에 마라톤 금메달을 따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의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응어리진 민족의 한(恨)을 풀어줬고, 국민들은 감동적인 그의 레이스에 환호했다.

 

올해 국가 세입도 치열한 레이스를 달리고 있다. 경기부진으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서 매월 체크하는 세수실적 성적표가 들쭉날쭉한 모습이다. 한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도 나왔지만,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세수가 적어도 지난해 수준에는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세수 여건은 최악이지만,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 실적 반등에 성공한 정부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올해 마지막 부가가치세 신고 기간인 10월의 실적이 세수부족 사태를 진정시킬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10월 부가세 신고 '스퍼트'

 

올해 세수실적은 초반부터 부진했다. 1월에만 25조원을 걷으면서 지난해보다 6조원 가량 줄었고, 매월 부족한 세수는 쌓여갔다. 상반기 실적을 마감한 6월에는 97조원에 그치며 전년대비 10조원이나 펑크가 났다. 최종 세수 192조원을 찍었던 2011년에 비해서도 5조원 넘게 적은 수치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과세당국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수 확보에 사활을 걸었지만, 눈에 띄는 효과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7월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를 기점으로 반등의 조짐이 나타났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7월에만 25조4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하며 2011년 같은 기간의 실적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올해 8월까지 세수 실적은 136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원 부족하고, 2011년에 비해서는 1조원이 모자란다. 아직도 세수 펑크 우려는 계속되고 있지만, 매월 까먹었던 세수는 어느 정도 회복시켰다.  

 

 

지난 5년간 월별 세수실적표를 살펴보면 4월과 7월, 10월에 급격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전체 세목 가운데 가장 많은 세수를 확보하는 부가가치세 신고 기간과 일치한다. 올해 역시 4월과 7월에 부족했던 세수를 상당부분 만회했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 실적을 지난해와 같은 203조원 정도로 내다보고 있지만, 월별 세수 흐름은 지난해보단 오히려 2011년 수준에 근접해있다. 올해 정부의 목표치를 충족하려면 9월부터 12월까지 66조원을 더 걷어야 한다. 같은 기간 60조원을 걷었던 지난해보다도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10월 부가가치세 예정신고는 올해 세수 확보를 위해 남아있는 최대 이벤트로 꼽힌다. 과세당국은 이번 예정신고 기간에 최대한 많은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 국세청은 이번 부가가치세 예정신고 대상 사업자가 지난해보다 5% 가량 늘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 미래 세수는 점점 아래로

 

당장 올해 세수실적은 승부수라도 띄워볼 수 있지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내년 이후는 더 걱정이다. 정부가 세워놓은 중기 세입 전망치는 매년 낮춰잡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미래 세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목표지점에 가까워질수록 암울한 현실만 보여준다.

 

내년 세수실적만 놓고 보면 기재부는 2011년 당시 242조6000억원을 걷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238조9000억원으로 내려잡은 데 이어 올해는 218조5000억원으로 또 낮췄다. 2014년 세수 전망치를 두고 2년 사이 24조원을 깎아버린 것이다.

 

 

2015년과 2016년 세수실적 전망치도 각각 28조원씩 낮춰 잡았다. 연도별 전망치를 모아놓고 그래프를 그려보면 우하향 곡선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1년까지만해도 꽤나 관대했던 정부의 세수 전망은 지난해부터 서서히 아래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내년 극적인 경기회복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세수 하향 추세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년 전까지만해도 22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던 올해 실적은 정부의 희망섞인 예상을 감안해도 20조원이 덜 걷힌다. 정부의 중기재정계획도 다시 줄줄이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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