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실적이 둔화되면서 법인세가 줄었지만, 소득세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똑같은 수준이었던 소득세와 법인세 실적은 10조원 넘게 벌어졌다.
소득세의 절반을 차지하는 근로자의 세부담도 3조원이 넘게 늘었다. 실제 세금을 내는 근로자가 10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1인당 30만원씩 더 부담한 셈이다. 하지만 근로자가 아무리 세금을 내도 전체 세수 실적은 '밑 빠진 독'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 전년과 비교…"3년째 게 걸음"
지난 20년 사이 총국세 실적은 4배로 성장했다. 1994년 47조원에서 2002년 100조원을 넘어섰고, 다시 10년 만에 200조원을 돌파했다. 매년 경제가 성장하면서 평균 8조원의 세금은 전년보다 더 걷어왔다.
그런데 2012년 이후 세수 실적이 주춤한 모습이다. 최근 2년 사이 늘어난 세수는 2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였던 2013년에는 전년보다 1조원의 세수가 줄어들기도 했다. 이전까지 세수가 감소한 해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겪은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단 두 차례 뿐이었다.
두 번의 경제위기에선 그래도 이듬해 세수 대반전을 이뤄냈다. 1999년에는 8조원의 세수가 늘었고, 2010년에는 13조원의 세금을 더 걷었다. 위기를 극복하면서 경기가 살아나고, 막혔던 세금 수입도 원활하게 풀렸다. 그러나 지난해엔 불과 3조원대의 세수 증가에 그치면서 반전에 실패했다.
◇ 예상치와 비교…"적자 신기록"
당초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걷을 세금을 216조5000억원으로 예상했다. 2013년 실적에 비해 15조원에 달하는 '세수 반전'을 기대했지만, 정부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정부가 짜놓은 세입예산에 비해 10조9000억원이 모자랐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세수 부족이라는 악순환은 3년째 계속되고 있다. 2012년 당시 예산보다 2조8000억원의 세수 부족을 기록한 데 이어 2013년에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6조원의 세수를 덜 걷겠다고 선언했음에도 8조5000억원의 재정 적자를 냈다.
최근 20년 사이 경제가 가장 어려운 시기였던 1998년에도 예산보다 부족했던 세수는 8조6000억원이었다. 지난해 예산 대비 세수는 1998년을 뛰어 넘는 신기록이다. 극적인 경기 활성화나 정부의 '증세' 정책이 없다면 나라 곳간은 점점 더 팍팍해질 전망이다.
◇ 주요세목 추이…"소득세만 급성장"
모든 세목에서 세금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가장 보편적인 국민 세금인 소득세는 2010년 이후 매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소득세 수입은 2009년 34조원에서 지난해 53조원으로 5년 사이 19조원(56%)이 늘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5조5000억원 증가했다.
월급쟁이의 세금인 근로소득세는 2013년 22조원에서 2014년 25조4000억원으로 3조4000억원 늘어났다. 소득세를 내는 사람 중에서도 근로자에게 세금 부담이 집중됐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종합소득세는 6000억원이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희비도 엇갈렸다.
반면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이후 5년간 7조원이 늘었는데, 소득세와 비교하면 증가 규모가 1/3에 불과하다. 지난해 실적은 2년 전보다 3조2000억원 감소했고, 1년 전과 비교해도 1조2000억원 줄었다. 경기부진으로 기업의 영업실적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탓이다.
만년 1등 세목인 부가가치세는 1999년 이후 1등을 놓치지 않고, 매년 수입이 성장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에는 10조원의 세수가 늘어나며 소득세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1년 전보다 늘어난 세수는 1조원에 불과해 올해와 내년 사이 소득세와 1등이 바뀔 가능성도 높아졌다.
◇ 올해 목표치…"기적을 꿈꾼다"
올해 정부는 총국세로 221조원을 걷을 예정이다. 지난해 세입예산보다 4조6000억원을 늘렸지만, 실제 세수에 비해서는 15조6000억원을 더 걷어야 한다.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15조원의 세금을 늘려 잡았다가 11조원의 적자를 낸 점을 감안하면,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해 극적인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20년간 전년보다 15조원 넘게 세수를 걷은 적은 2007년(23조원)이 유일했다. 당시에는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이 가열됐고, 2006년 연말 공휴일로 인해 교통세수 3조원이 2007년 실적으로 잡히는 등 비정상적 요인이 6조원에 달했다. 2006년의 기업 실적이 급격히 호전되며 법인세만 6조원을 더 걷은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올해 경기회복의 불씨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2007년과 같은 '세수 기적'은 재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3월 법인세 신고의 근간이 될 기업들의 2014년 실적도 대체로 부진한 모습이었다. 1년 전과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똑같은 '장밋빛 전망 후 세수 부족' 뉴스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