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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세금' 부가가치세가 흔들린다

  • 2013.12.13(금) 08:33

내년 지방소비세 인상 후 세수입 증가 둔화
세입여건 악화 전망…소득세는 가파른 성장세

물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받을 때 10%씩 붙는 부가가치세는 남녀노소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내는 '국민 세목'이다. 국세와 지방세 25개 세목 가운데 연간 실적도 가장 많다.

 

소비자가 직접 내지 않고 판매자가 대신 납부하는 '간접세' 형태라서 조세 저항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 지난 8월 전국민적 공분을 샀던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거위털 발언(거위가 고통을 느끼치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 세제개편안의 정신)'에 가장 근접한 세목으로 꼽힌다.

 

1999년 이후 줄곧 1등 세목을 고수해왔지만, 최근 경기 불황과 세법 개정의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내년부터 부가가치세 수입에서 떼어가는 지방소비세의 비율이 11%까지 올라가면서 세수 여건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부가가치세에서 부족해지는 세수입은 소득세로 메운다. 정부는 이미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세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소득세 수입을 점점 늘려갈 방침이다. 그동안 조용히 고통없이 뽑던 부가가치세 깃털 대신, 아프고 시끄러운 소득세 깃털로 세수 확보의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 "많이 컸네, 소득세"

 

과세당국이 걷는 세금 가운데 부가가치세의 존재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해 국세수입 203조원 가운데 부가가치세 수입은 56조원으로 28%를 차지했다. 소득세나 법인세(각각 23%)보다도 10조원 더 걷었다.

 

올해부턴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수입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부가가치세 수입은 올해 58조원에서 2017년 73조원으로 연평균 5.9%씩 증가할 전망이다. 2017년까지 연평균 6.8%씩 늘어나는 국세수입 증가율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소득세는 48조원에서 69조원으로 연평균 9.2%씩 늘어나고, 법인세도 42조원에서 57조원으로 연평균 7.5%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추산됐다. 소득세나 법인세에 비해 부가가치세 증가율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다.

 

 

2015년에는 부가가치세와 소득세의 격차가 4조원으로 크게 좁혀진다. 소득세는 정부의 세액공제 전환과 과세미달자 감소 정책으로 세수가 늘어나는 반면, 부가가치세는 내년부터 지방소비세율 인상을 통해 매년 4조원 가량의 세원을 지방자치단체에 더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부가가치세가 소득세보다 연간 수입이 적었던 해는 1998년 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사상 최악의 경기불황을 겪으면서 부가가치세 수입이 1997년보다 4조원이나 감소했다. 2007년에는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수입 차이가 2조원에 불과했지만,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를 앞두고 일시적인 부동산 거래 붐이 주된 원인이었다.

 

◇ "점점 작아지는 부가세"

 

부가가치세 세입 여건은 내년부터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국회는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내년부터 지방소비세율을 5%에서 11%로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방소비세율만큼 지자체에 떼주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실제 부가가치세 수입은 95%에서 89%로 줄어든다.

 

지방소비세율을 올리는 이유는 취득세율 영구 인하로 인해 지자체 재원이 부족해지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즉 집 구매자들에게 지원하는 취득세 감면 혜택이 전국민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낸 부가가치세에서 나오는 셈이다.

 

당초 국회예산정책처의 추정치는 내년 지방소비세가 8%까지만 오른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실제 부가가치세 수입은 예상(내년 60조원)보다 더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소득세는 정부가 세수입을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 소득세 부담이 외국에 비해 적다는 점을 들어 내년부터 근로자의 연말정산 공제폭을 축소하고, 면세자 비율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과세당국은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으로 자영업자의 숨은 세원을 찾아내고 있다.

 

직장인들이 내는 근로소득세는 올해 22조원에서 2017년 33조원으로 연평균 10.7%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자영업자들이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도 같은 기간 11조원에서 16조원으로 연평균 10.5%씩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박근혜 정부는 조세저항을 무릅쓰고 직장인과 자영업자, 기업들의 세부담을 늘리는 대신, 취득세 인하와 부가가치세 재원을 맞바꿨다. 역대 최악의 세수 부족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한 조세정책의 성패는 경기 회복과 부동산 거래 활성화 여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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