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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던 부가세, 신용카드로 떼내면 막는다던데

  • 2017.07.18(화) 08:02

정부, 카드사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 추진
사업자들 더 떼였다 돌려받는 불합리 초래

소비자가 낸 세금을 누가 언제 어떻게 국세청에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떠들썩하다.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 도입 얘기다.
 
부가세 대리납부제 도입은 사업자가 매출액에서 소비자가 낸 부가가치세를 떼어 세무서에 납부하는 현행 구조로는 중간에 새는 세금을 막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긁는 순간 신용카드사가 부가가치세를 떼어 국세청에 보내면 새는 세금이 줄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세금 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도 도입이 논의됐지만 영세사업자와 카드사의 부담증가 우려로 무산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논의가 재개되는 모습니다. 역시 세수 확보가 목표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에 발표할 2017년 세제개편안에 부가세 대리납부제 도입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우선은 기본틀만 만들어 일부 탈루업종에 제한적으로 시범도입한 후 시스템 등 준비기간을 거쳐 2019년부터 전면시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 그래픽 : 변혜준 기자/jjun009@
 
◇ 세금 쉽게 많이 걷을 수 있어
 
부가세 대리납부제 논의는 2013년부터 본격화했다.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한 박근혜 정부는 공약 이행을 위해 새는 세금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최우선으로 검토했는데, 부가세는 새는 세금이 가장 많은 세목으로 지목됐다.
 
당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부가세의 체납비율은 2011년 기준 11.3%로 법인세(2.6%)나 소득세(9%)보다도 월등히 높고, 허위 세금계산서나 가공자료를 통한 탈루세액이 많아 세법상 걷어야 할 세금과 실제 걷히는 세금의 격차(택스 갭)가 가장 크다. 
 
2011년 우리나라 전체 택스 갭이 27조원 수준으로 파악됐는데 그 중 11조원이 부가세에서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11조원의 부가세가 새고 있다는 것인데, 카드사가 부가세를 대리납부하면 3조원 정도는 새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부가가치세는 소비자가 부담하지만 납부는 사업자가 몰아서 하기 때문에 누수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예를 들어 소비지가 점심에 비빔밥을 먹으면서 지불한 식대 1만1000원에는 부가세 1000원이 포함돼 있다. 소비자가 낸 부가세는 곧바로 국세청에 납부되는 게 아니라 식당 주인이 반기(법인은 분기)에 한번꼴로 몰아서 낸다.
 
문제는 식당 주인이 비빔밥을 팔기 위해 투입한 부대 비용 중에도 부가세가 포함돼 있다는 것인데, 세법에서는 이것을 손님들이 낸 밥값의 부가세에서 빼주도록 하고 있다.
 
고추장 된장 등 다른 사업자에게 부가세를 내고 구입한 각종 재료비용과 가게 임대료 등은 매입세액공제액으로 계산해서 밥값의 부가세에서 빼고, 부가세를 면제 받아 구입한 쌀과 고기 등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의제매입세액공제를 받는다. 
 
정상적으로 공제할 것만 공제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고의적으로 매입자료를 조작하거나 허위세금계산서를 동원하는 경우에는 식당 주인이 내는 부가세가 한끼당 1000원보다 훨씬 줄어든다.
 
또 부가세를 신고하기 전에 식당이 망해서 폐업하면 그동안 손님들이 낸 부가세가 증발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실제 이를 악용해서 고의로 폐업하는 식으로 부가세를 떼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카드사가 매출발생 즉시 부가세를 구분해서 국세청에 보내준다면 이런 문제는 애초에 차단된다. 정부가 제도 도입으로 수조원의 세수가 추가로 걷힐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 선량한 사업자까지 부담 늘어
 
하지만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쪽도 나름의 근거가 있다. 사업자의 경우 그동안 부가세를 소비자 대신 납부하는 대가로 그만큼의 자금 유동성을 확보해 왔다. 부가세를 국세청에 내기 전까지는 세금을 운전자금으로 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 대리납부에 따른 일종의 기한이익이다. 그러나 매출 발생과 동시에 부가세를 떼어가면 이런 기한이익이 사라진다. 게다가 10%를 일괄적으로 떼어가면 각종 공제를 통해 덜 낼 수 있는 세금을 미리내는 불이익까지 당하게 된다. 사업자가 나중에 환급을 받더라도 나라에서 세금을 미리 떼어 간 다음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나라에서 기한이익을 보는 구조로 뒤바뀐다.
 
이동기 한국세무사고시회장(세무법인조이 대표 세무사)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업자를 부가세 탈루사업자로 전제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고, 사업자가 공제를 통해 내지 않아도 될 세금까지 내는 것도 문제가 된다"며 "탈루가 심각한 업종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도입한다면 모르겠지만 전면적으로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어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현금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기고, 정상적인 사업자조차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카드를 받지 않는 쪽으로 이탈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부가가치세는
 
부가가치세는 용역(서비스)과 재화(상품)의 거래단계에서 생기는 부가가치에 과세하는 세금이다.
 
고추(농민)를 사서 고추장(제조자)을 만들고, 마트(상인)를 거쳐 집(소비자)으로 배달되는 과정에서 각각의 사업자들이 부가가치를 만들었기 때문에 거기에 일정 비율의 세금이 붙는데 고추장을 산 소비자가 모든 단계에서 누적된 부가가치세를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구조다.
 
부가세는 소비세이자 간접세로 중립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세수입을 늘릴 수 있는 세목으로 꼽힌다. 1960년대 말부터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도입됐고 현재 전세계 130여개국에서 걷고 있다. 국내에는 1977년 도입됐다.
 
한국은 도입 당시부터 10% 세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나라별로 세율 차이가 크다. 독일 칠레는 19%,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는 20%,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은 25%다. OECD 35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보다 부가세율이 낮은 나라는 캐나다(5%), 일본(8%), 스위스(8%) 뿐이다. 최근 10년간 22개국에서 부가세율을 인상했는데 일본은 2014년 5%에서 8%로 올렸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수는 2016년 기준 61조8000억원으로 전체 국세수입 242조6000억원의 25.5%를 차지한다.
 
10% 단일세율로 일률적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소득역진성 문제가 생기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각종 면세제도를 병행해서 운영하고 있다. 농·수·축·임산물 등 미가공식품이나 의료보건용역, 교육용역, 보험용역 등은 면세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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