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인천공항세관 화물청사에서 이돈현 관세청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장이 특허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재벌가 오너들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비화됐던 서울시내 신규면세점 특허권 싸움이 6개월여간 펼쳐진 혈투 끝에 막을 내렸다. 정부는 지난 1월에 시내면세점 추가설치를 결정했고, 6월1일에 신규특허 신청접수를 마감, 7월10일까지 심사를 진행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HDC신라가 용산 아이파크몰에 면세점을 개설하게 됐고, 63빌딩을 입지로 내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도 신규특허를 쟁취했다. 중소중견기업 부문 제한경쟁에서는 하나투어의 SM면세점이 14대 1의 경쟁을 뚫고 신규특허를 따냈다. SM면세점의 장소는 인사동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통째로 면세점화하겠다며 야심찬 계획을 세웠던 신세계는 고배를 마셨고, 독과점 논란으로 일찌감치 여론 점수에서 밀렸던 롯데도 결국 신규특허는 따 내지 못했다. 홍대를 입지로 내세워 차별화를 꿈꿨던 이랜드 역시 경쟁에서 밀렸다.
중소중견부문에서는 유진기업과 파라다이스글로벌이 상대적으로 유력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중소중견 제한경쟁에 참여할 수 있느냐는 자격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투어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서울시내 하나 남은 티켓을 따냈다.
관세청 이돈현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장(관세청 차장)은 10일 인천공항세관 화물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서울 일반경쟁에 HCD신라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서울 중소중견 제한경쟁에 SM면세점, 제주 중소중견 제한경쟁에 제주관광공사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8일부터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열린 특허심사위원회는 참여 업체별로 5분간의 사업계획 발표(프리젠테이션, PT)와 20여분간의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등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업체별 PT에는 사장단이 직접 참여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PT장에 나타났다.
심사과정에서는 보안문제가 쟁점이었다. 관세청은 심사위원들의 휴대전화와 전자기기를 압수하는 등 보안에 철저를 기했으나 결과발표당일인 10일 일부 업체의 주가가 폭등하는 등 정보유출 우려도 제기됐다.
이돈현 위원장은 "오늘 아침 9시 반까지도 PT와 심사가 진행됐고, 10시 이후부터 심사위원들이 평가집계를 시작했다. 결과가 어느 정도 수집되기 시작한 것이 3시 무렵이다. 주가상황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었다고 판단된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관세청은 그러나 심사평가결과를 공개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점수 공개를 원하는 업체가 있을 경우 해당 업체 점수에 한해서 공개하며, 심사위원명단 역시 비공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점수는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탈락한) 업체가 요청할 경우 그 업체의 점수는 알려줄 예정이다. 예를 들어 롯데의 점수를 다른 기업이 알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심사는 전적으로 심사위원들에게 맡긴 부분이며, 체점결과에 대해 논란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기업의 발표와 제출된 사업계획서를 보고 심사위원들이 판단해서 결정 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날 심사를 통과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관세청장이 열흘 이내에 세관에 특허 사전승인을 통지하고, 세관장이 최종적으로 특허요건 확인한 후 특허장을 교부하게 된다. 특허장을 받은 업체는 6개월 이내에 사업을 개시해야 한다.
이 위원장은 "관세청은 앞으로 신규 특허사업자가 시내면세점 운영준비를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