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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뇌물]①CJ는 왜 30만 달러를 준비했나

  • 2016.08.17(수) 07:59

전군표 前청장, 기관운영비 요구..세무조사 무마 약속
심부름꾼 허병익 前국장..보너스로 손목시계 챙겨

재벌과 국세청의 뇌물 커넥션이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최근 롯데그룹이 세무조사 무마 목적으로 국세청에 뇌물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그런데 뇌물은 어떻게 주고 받는 것일까. 기업인이 뒷주머니에 찔러넣는 것인지, 국세청 관계자가 은근슬쩍 요구하는지 궁금하다. 국세청 고위직의 뇌물수수 사건을 통해 그들의 은밀한 거래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1 "국세청, CJ를 노리다"
 
"국세청장 내정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인사청문회도 준비하려면 경비가 좀 필요하실텐데요. 제가 좀 만들어보겠습니다. 마침 30만 달러 정도 쏴줄 기업이 있습니다."
 
2006년 7월 국세청 1인자가 된 전군표 청장은 허병익 납세지원국장과 머리를 맞댔다. 인사청문회와 기관운영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적당한 기업 스폰서를 물색했다. 그들의 선택은 CJ그룹이었다.
 
그해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하반기에 주식이동 세무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당시 CJ글로벌홀딩스 신동기 부사장은 8월부터 12월까지 이 회장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국세청장은 자금이 필요했고, CJ회장은 세금 추징을 피하고 싶었다.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전 청장은 결국 허 국장을 통해 CJ의 자금을 받기로 했다.
 
#2 "청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CJ와 이재현 회장에 대한 세무 현안은 잘 봐주시는 걸로 믿겠습니다."
 
전군표 청장의 밀명을 받은 허병익 국장은 서울 남대문로5가 CJ그룹 본사에 있는 신동기 부사장 사무실로 찾아갔다. 이미 신 부사장도 이재현 회장으로부터 관련 사항에 대해 언질을 받은 상태였다.
 
두 사람의 거래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CJ측은 세금 문제를 무마하는 대가로 미화 30만달러(당시 기준 2억8389만원)를 건넸다. 30만달러를 챙긴 허 국장은 그날 즉시 국세청장 사무실로 달려가 전 청장에게 전달했다.
 

▲ 2013년 8월1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출석한 전군표 전 국세청장. 전 전 청장은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3 "식사라도 한번 하시죠"
 
"이 회장과 악수도 한번 하고, 고마움도 전할 겸 식사 자리 한번 마련합시다."
 
CJ그룹에 대한 주식변동 세무조사가 한창이던 2006년 10월, 그들만의 식사 자리가 성사됐다. 용산구의 한 호텔 일식당에서 만난 네 사람은 향후 돈독한 관계를 약속했다.
 
식사를 마친 신 부사장은 허 국장을 따로 불러 프랭크뮬러 손목시계 1점을 전달했다. 구입 가격만 357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선물이었다. 허 국장은 프랭크뮬러 시계를 전 청장에게 건넸고, 자신은 2000만원 상당의 여성용 시계를 선물 받았다.
 
#4 국세청과 CJ의 악연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은 CJ의 비자금 수사를 진행하던 중 전 청장과 허 국장의 뇌물수수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당시 전 청장은 이미 부하 직원으로부터 인사청탁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옥살이를 한 상태였다.
 
허 국장은 2008년 '국세청 2인자'인 차장으로 승진했고, 2009년 1월 한상률 전 청장이 '그림 로비' 의혹으로 사퇴하자 한동안 국세청장 직무대행까지 수행한 인물이다. 국세청에서 최고위직을 경험한 인사들이 모두 CJ의 뇌물을 받고 체한 것이다.
 
국세청의 '넘버3'로 꼽히는 서울지방국세청장도 CJ 로비 문제로 낙마했다. 검찰의 CJ 수사가 한창이던 2013년 8월 송광조 서울청장은 자진 사의를 표명했다. 송 청장은 CJ로부터 골프접대 등 부적절한 로비를 받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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